2차 입찰도 끝내 무산… 부산신항 항만장비 국산화 난항
서‘컨’ 2-6단계 하역 장비 공급
지난해 11월부터 4차례 유찰
인건·자재비 상승에 업체 난색
내년부터 국산화 지원법 시행
최근 부산항에 시도 중인 항만 하역 장비 국산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부산항만공사(BPA)가 입찰가액을 높여가며 ‘사업자 찾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업체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극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19일 BPA에 따르면 최근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2-6단계에 국산 항만 하역 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2차 입찰이 유찰됐다. 입찰 참여 업체는 있었으나 발주처에서 제시한 금액을 맞추지 못해 본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BPA는 서컨테이너부두를 국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항만으로 만들기 위해 2-5단계에 이어 2-6단계도 국산 항만 하역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컨테이너크레인 6기와 트랜스퍼크레인 34기를 공급할 업체를 찾고 있으며, 이번 2차 입찰의 경우 총사업비는 3127억 원(컨테이너크레인 1446억 원, 트랜스퍼크레인 1681억 원)이었다.
BPA 건설본부 관계자는 “유찰 이후 입찰 금액에 대한 견적을 다시 받고 있으며 적정성 검토 등을 거쳐 재발주할 예정”이라면서 “3차 입찰에 대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산 항만 하역 장비 입찰이 무산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지난해 11월 총사업비 2793억 원으로 진행된 1차 입찰과 재입찰 모두 유찰됐다. 이후 올 1월 총사업비를 3127억 원으로 올려 2차 입찰과 재입찰을 다시 진행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사업자 찾기가 난항을 겪는 이유는 사업비 때문이다. 컨테이너크레인 등 항만 하역 장비의 경우 인건·자재비 상승 때문에 국내 조선소들이 선뜻 제작에 나서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다수 업체가 항만 하역 장비를 제작해 국내 공급뿐 아니라 수출까지 했지만, 가격 경쟁력 하락과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은 중국이 항만 하역 장비와 관련한 국제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부산신항의 대형 하역 장비도 대부분 외국산이다. 컨테이너크레인의 경우 국산은 10%(총 92기 중 9기) 정도에 불과하며, 트랜스퍼크레인은 총 328기 중 국산은 98기다.
실제 국내에 장비 제작장 자체가 없는 업체도 많다. 이번 입찰 때도 업체들은 국내 제작장을 마련해 달라며 BPA에 요구하기도 했다. 조선 경기가 워낙 활황인 탓에 부두 안벽이 있는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높은 비용으로 거대 항만 장비 생산에 투자하는 기업이 적어, 향후 적절한 AS가 이뤄질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찰이 계속되면서 이미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 거대 항만 장비보다는 자동제어 부품,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장비의 국산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장비 국산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생산 업체들의 새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년 1월부터는 국내 항만 기술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항만 기술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시행된다. 해당 법률안에는 국내 대규모 항만 개발 시기에 맞춰 국산 장비와 기술을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계에 대한 각종 지원책이 담겼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