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언 공익전업변호사 "공익단체와 변호사 연결하는 '다리' 되겠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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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익전업변호사 2명뿐
'알음알음' 대신 체계화 필요
부산변호사회 인권위 산하에
프로보노 소위원회 신설 확정

이주언 공익전업변호사는 “부산에서는 공익단체와 법률가 간 협업이 ‘알음알음’ 이뤄지는 모습이다”며 “서로 눈치 안 보며 선의를 함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언 공익전업변호사는 “부산에서는 공익단체와 법률가 간 협업이 ‘알음알음’ 이뤄지는 모습이다”며 “서로 눈치 안 보며 선의를 함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공익사건만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는 100명 남짓이고, 부산 같은 광역시를 포함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익전업변호사는 다 합쳐도 2~3명꼴이다. 지역 공익전업변호사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취약 계층과 공익을 위해 기꺼이 투신하는 이들이다. 비영리 전업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 소속 이주언 공익전업변호사는 2년여 전 부산행을 택했다. 그의 부산행으로 부산 지역 공익전업변호사는 2명이 됐다.


지난 2일 부산 동구 창비부산에서 만난 이 변호사는 부산행을 택했을 때 한 변호사 선배가 건넨 우려의 목소리를 회상했다. 그는 “부산에서 변호사를 오래 해오셨는데 저에게 ‘뭘 해도 안 될 거니 마음 편하게 하라’고 조언했다”며 “처음엔 내가 잘못 들었나 했는데 내가 너무 실망할까봐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그 얘기를 듣고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원래 성격이 조금 낙천적이다”며 웃었다.

사법연수원을 나와 3년간 로펌에서 일했던 이 변호사는 2015년부터 공익전업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주로 장애 인권 분야를 맡았다. 대학 시절 시설 거주 뇌병변 장애인 대상 야학 교사를 했던 게 계기다. 그는 “하루는 성, 연애, 결혼을 주제로 한 심리코칭 시간이었는데, 그분들이 ‘나도 결혼하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며 “그분들도 당연히 결혼과 연애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그동안 나는 ‘무성의 존재’로만 봤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경험과 감정으로 남으면서 나중에 이슈를 만났을 때 더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변호사는 의뢰인의 요청에 맞춰서 송무, 자문 역할을 하지만 공익변호사는 의뢰인이 없더라도 문제를 발굴해내고 역으로 원고를 섭외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대형 극장을 상대로 한 ‘모두의 영화관’ 소송이 있다. 이 변호사는 “시각 청각 장애인도 동등하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화면 해설이나 자막이 필요한데, 당사자들도 당연히 극장에서 제공을 하지 않으니 문제를 제기할 생각조차 않고 계셨다”며 “장애인 차별금지법상 근거도 있어 보이고 제도를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장애인단체를 통해 소송에 나설 분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부산 생활 중 느낀 점은 공익단체와 법률전문가 간 협업이 ‘알음알음’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부산 지역 인권단체가 어떻게 일하고, 필요한 법률 지원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실태조사를 했다”며 “그때 인상적이었던 단어가 ‘알음알음’이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변호사 중에서도 선한 의지가 있는 분들을 알음알음 소개받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익단체와 법률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선배의 ‘뭘 해도 안 될 것’이라는 걱정스런 조언과 달리, 부산에서도 작은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최근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산하에 프로보노 소위원회 신설이 확정됐다. 프로보노는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공익을 위함이라는 의미다. 서울변호사회에는 프로보노 지원센터가 있어 변호사와 공익단체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이 변호사는 “부산에는 공익전업변호사가 너무 없어 이주민, 성범죄 피해자 등 다양한 이슈가 다 연락이 온다. 최근엔 이혼소송 의뢰가 왔는데 로펌 이후 10년 만에 맡아야 해 막막하기도 했다. 다행히 아는 분이 이혼 소송 전문이라 연결해줬다”며 “이렇게 알음알음 이뤄지는 것을 나중엔 프로보노 지원센터를 통해 체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생각에 호응하는 젊은 변호사들과 함께 상의해 변호사회에 프로보노 지원센터를 제안했고, 최근에 센터보다는 작게 시작해보자는 차원에서 프로보노 소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며 “서로 눈치 보거나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법률 지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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