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직구 규제’에 뿔난 여당…대통령실 “국민께 불편 드려 사과”
성태윤 정책실장 20일 브리핑서 “소비자 선택권 과도한 제한 고려 못해”
앞서 추경호 원내대표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 발표, 당도 주저 없이 비판”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동훈 등 겨냥 “정부 정책 큰 문제처럼 지적, 처신 아쉬워”
대통령실이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해외 직접구매(직구) 차단’ 발표를 둘러싼 혼선에 대해 20일 공식 사과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근 해외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KC 인증을 받아야 해외직구가 가능토록 하는 방침이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구매에 애쓰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 못 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이어 “대통령실은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KC 인증과 같은 방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안정성을 보다 균형 있게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마련해 나가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향후 이 같은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의견 수렴과 대언론 설명 강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성 실장은 전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발표와 관련한 당정 협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법을 개정해야 하는 건이라 당연히 당정 협의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경고장을 날렸다. 추 원내대표는 “정부 각 부처는 국민 민생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과 충분히 협의해주길 촉구한다”며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유모차, 완구 등 80개 품목에 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은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직구 원천 차단’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사흘 만인 19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이를 철회했다.
여권에서는 정부 발표 이후 여론 비판이 거세지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당선인, 유승민 전 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이 일제히 이를 비판하는 메세지를 내놨다. 여기에 다음 날 여당 신임 원내대표까지 가세해 정부에 경고성 발언을 던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는 “총선 참패 이후 당정 관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에 ‘할 말을 하겠다’는 당내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든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고, 정부와 여당은 늘 책임 있는 자세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사소한 일도 빈틈없이 살핀다)’ 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오히려 이번 ‘해외 직구 금지’를 비판한 한 전 위원장 등의 처신을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