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2인자’ 공백으로 시민적 요구 분출·권력 투쟁 가능성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최고지도자 유력 후계자 대통령 사망
강경 노선 리더십 진공 상태 불가피
하마네이 후계 구도 ‘시계 제로’ 상황
둘째 아들 모즈타바 승계 현실화 전망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 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타브리즈로 돌아오기 위해 헬기에 탑승해 있다. AFP연합뉴스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 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타브리즈로 돌아오기 위해 헬기에 탑승해 있다. AFP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이란 정국이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었다. 라이시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유력한 후계자라는 점에서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히잡 시위 유혈 진압 사태, 경제난 등을 거치며 수면 밑에서 끓어오르던 국민 분노가 강경노선을 주도해온 리더십 진공 상태를 계기로 분출, 혼란상이 가중되며 내부 권력 변화 등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헌법은 대통령의 유고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은 이란 12명 부통령 중 가장 선임인 모하마드 모흐베르에게 일단 승계되며, 그는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외신들은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에게 실권이 집중된 이란의 정치 구조상 라이시 대통령의 유고가 당장의 이란의 대내외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에서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에게 종속된다며 “여러 면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명목상 리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가디언도 “이란은 성직자와 정치인, 군대 사이에 종종 불투명한 방식으로 권력이 분산된다”며 “궁극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이란 정국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라이시 대통령이 36년째 집권 중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 이은 사실상의 이인자로, 그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왔다는 등의 점에서다.

하메네이가 85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현재 실권을 잡은 이란 강경파들은 원활한 승계를 위해 준비해 왔으며, 이들이 라이시를 대통령으로 세운 것 역시 그 일환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실제 2021년 대선 당시 후보 자격을 심사하는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수백 명의 예비 후보를 실격시키고, 라이시의 승리를 유력하게 하는 후보 구도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라이시 대통령을 제외하고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거의 유일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이란인들은 하메네이를 이을 유력 후보자는 라이시 대통령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단 두 명뿐이라고 여겨왔다며 “다른 성직자들도 다크호스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그들이 충분한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자리 승계가 현실화할 경우 정국이 또다른 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가디언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될 경우 이란 최고지도자 자리의 세습 가능성을 확실히 높이게 된다며 “이는 많은 성직자가 이란의 혁명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도 라이시 대통령의 유고에 따른 혼란이 “중차대한 권력 투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역내 전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이란 국내적으로는 성직자들과 군 세력간 파워 싸움이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중동 정세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백악관은 이날 조지아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사고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확인했다. 미국 국무부도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그간 중동 지역 긴장을 고조시켜 온 불안 요인을 정리하면서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꼽았다. 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