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성매매 수십 차례 강요한 20대, 징역 8년 [사건의 재구성]
청소년 쉼터서 만나 교제 시작
친부에 성폭행 당한 사실 악용
심리적 지배하며 협박 등 범행
20대 여성 A 씨는 2021년 8월 충남 천안시에 있는 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당시 10대 한국계 중국인 B 양과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교제를 시작하면서 A 씨는 B 양이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점을 악용해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기 시작했다.
2021년 9월 A 씨는 “남자들이랑 희희덕거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B 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성매매를 거부하는 B 양에게 “네가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게 없다” “일 안 하면 죽어버리겠다”며 거칠게 협박했다. 결국 B 양은 성매매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A 씨는 채팅 앱을 통해 성 매수자를 구해 연결했다. B 양은 수십 차례나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A 씨는 특히 가족 없이 혼자 있는 B 양에게 한국 체류 기간이 만료된 사실을 신고해 중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A 씨는 2021년 9~10월 B 양에게 “나체 사진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요구해 신체가 노출된 사진 수십 장을 휴대전화로 전송받았다. A 씨는 온라인에서 해당 사진 일부 보여주고 “돈을 보내면, 나머지 사진과 영상도 보내준다”며 사기 범죄도 벌였다. 이후 B 양이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A 씨는 나체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협박하거나, 다른 지인에게 B 양의 신체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A 씨는 2022년 7월 21일 당시 헤어진 B 양에게 “집주인과 보증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며 집으로 유인했다. A 씨에게 보증금을 빌려준 B 양은 집주인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A 씨는 이를 제지하면서 흉기로 위협하며 성추행했다. A 씨는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필로폰 등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 성 착취물 제작·배포, 강요 행위 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및 약물 중독 치료 프로그램 각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 씨는 법정에서 “B 양에게 ‘죽어버리겠다’ ‘비자가 만료돼 추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지만 싸울 때 한 발언이고 성매매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점을 악용해 저지른 성매매 횟수 등이 상당하고 피해자는 건전한 성 관념의 발달에도 상당한 장애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유사 강간 범행은 흉기를 사용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