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국민의힘 두 기류… 초선은 ‘두각’ 중진은 ‘멈칫’
전략부총장·수석대변인 등 당직
초선들이 고루 맡으며 조기 안착
원내대표 경선 김도읍 끝내 고사
조경태 국회 부의장 가능성 유일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민의힘 부산·경남(PK) 초선 당선인들이 두각을 드러내며 당내에 조기 안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진 당선인들은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거나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당 전열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PK 초선 당선인들은 당내 주요 당직에 전진 배치되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우선 서지영(부산 동래) 당선인은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됐다. 전략기획부총장은 사무총장과 함께 당의 살림과 인사를 책임지는 핵심 당직이다. 서 당선인은 그간 총무국장, 여성국장, 공보실장 등 사무처 주요 당직을 두루 거쳐 지도부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당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수석대변인 자리엔 곽규택(부산 서동) 당선인이 배치됐다. 수석대변인은 당의 ‘입’ 역할을 하는 요직이다. 곽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 25년간 검사·변호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이다. 원내 인사들과의 접점이 넓고, 초선임에도 전투력 있는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총선백서TF 위원직도 겸하고 있다.
13명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단에도 PK 초선 당선인 두 명이 합류했다. 박성훈(부산 북을)·정성국(부산 부산진갑) 당선인이다. 박 당선인은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을 거친 당내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초선 같지 않은 초선으로, 그를 향한 당내 의원들의 신뢰감도 두텁다.
정 당선인은 평교사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까지 오른 교육 전문가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1호 영입 인물이기도 하다. 당 지도부의 PK 초선 전진 배치엔 당선인들의 인물 경쟁력과 전문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초선에 비해 외려 중진이 멈칫하는 모양새다. 사려 깊은 행보라는 시선도 있지만, 지역 내 현안이 늘어가는 와중에 자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진들에게 PK 유권자의 아쉬움이 뒤따른다.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강서·4선) 의원은 지역 의원들의 지지와 수도권 인사들의 출마 권유에도 끝내 원내대표 경선에 불출마했다. 친윤(친윤석열)계도, 비윤(비윤석열)도 아닌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다는 이유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당내 원내대표 적임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능력으로 보나 당시 상황으로 보나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명분은 충분했다”며 “(김 의원이) 용기를 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PK 좌장 격으로 꼽히는 김태호(경남 양산을·4선) 의원의 경우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변수에 전력을 더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현역 재선 김두관 의원을 꺾고 ‘험지’ 양산을에서 생환했다. 큰 파장을 일으켰던 선거 승리에 힘입어 김 의원도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이슈 블랙홀’격인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며 김 의원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줄고 있다.
그나마 국민의힘 조경태(부산 사하을·6선) 의원에게는 국회부의장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당내 같은 6선인 주호영 의원 역시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 의원은 두 차례 원내대표를 지내 인지도가 조 의원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서 6선이 아닌 아닌 5선의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고, 부의장 후보도 4선 의원이 된 것이 변수다. 국민의힘에서도 ‘부의장을 4선 의원으로 급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경우 조 의원의 부의장직 도전은 무산된다.
부산의 여권 관계자는 “중진이 초선보다는 운신의 폭이 좁은 게 일반적이지만 정치권 내 PK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중진들이 당 일선에서 나서고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