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노른자위’ 삼호가든 재건축 본궤도
부산시, 사업시행계획 인가 고시
2026년 착공 2029년 완공 계획
DL이앤씨 지방 첫 ‘아크로’ 적용
지상 34층 11개 동 1310세대
공사비 인상·추가 분담금 관건
부산 해운대구의 노른자위 땅으로 손꼽히는 우동 삼호가든(우동1구역) 재건축이 사업시행 인가를 받으며 본궤도에 올랐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로 여러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지만, 삼호가든처럼 입지와 사업성을 갖춘 곳에서는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20일 지역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최근 우동1구역 재건축 사업에 대한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고시했다. 사업시행계획 인가란 정비사업의 세부 계획(위치, 명칭, 규모 등)을 지자체장이 확정하고 인가하는 행정 절차다. 사실상 사업 승인이나 건축 허가 단계로,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삼호가든은 부산의 대표 부촌인 해운대구 우동에서 최초로 추진됐던 재건축 사업으로, 사업 초기부터 투자자들과 1군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DL이앤씨는 2021년 3월 타 업체들과 수주 경쟁을 거쳐 삼호가든의 시공권을 따냈다. DL이앤씨는 그동안 서울 한강 인근 아파트에만 적용했던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지방 최초로 삼호가든에 도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삼호가든 재건축 이후 단지명은 ‘아크로원하이드’로 예정됐다.
조합 측은 오는 10월께 관리처분 총회를 연 뒤 내년 3~4월쯤 이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르면 2026년께 착공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합은 기존 설계안을 일부 변경해 펜트하우스를 3개, 테라스 하우스를 3~4개가량 늘릴 방침이다. 부산 최초 아크로 아파트라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단지 구성도 40평형대를 800세대 이상으로 내세우고 30평형대는 400세대 안팎으로 낮췄다.
삼호가든은 원래 지하 3층~지상 28층, 14개 동 총 1481세대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었다. 2019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시절에 도입된 건축물 최고 높이 120m 제한 방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유명무실해지자 조합은 설계를 변경했고 지하 7층~지상 34층, 11개 동 1310세대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조합 측은 단지 내에서 ‘광천수’를 끌어올려 고급 온천 형태의 커뮤니티를 운영, 단지를 특화할 예정이다.
하이엔드를 예고한 만큼 관건은 공사비와 추가 분담금이다. 우동1구역 김영찬 조합장은 “다음 달 대략적인 분담금을 조합원들에게 통보할 예정”이라며 “시공사와 협의를 거쳐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공사비를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사업 진행 속도는 입지와 사업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앞으로의 정비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부산에서도 해운대구나 수영구 등 상급지로 재건축·재개발 수요가 몰리면서 양극화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