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TK 행정통합 강 건너 불구경만 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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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행안부에 적극 지원 지시
통합 논의 지지부진한 PK 각성 필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해 11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수도권에서 메가시티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해 11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수도권에서 메가시티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대구·경북(TK) 행정통합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과 지방시대위원장, 대구시장, 경북지사가 조만간 4자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행정통합은 윤 정부 지방정책의 핵심이고 그 전 단계로 광역 행정 체제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번 TK 행정통합 지원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메가시티’를 추진하다 뼈아픈 좌초를 경험한 부울경 지역으로서는 TK의 ‘속도전’ 뉴스에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추진 중인 경제동맹과 행정통합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기본 방향도, 목표점도 합의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맴돌고 있어서다.

지금 TK 통합 논의를 이끄는 대구시의 잰걸음은 목표가 뚜렷해 보인다. 여론조사를 통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홍준표 시장의 전략적 행보가 그렇다. 행정통합을 하려면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찬반 의견이 나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여론조사를 통해 해당 광역의회의 의결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통합 지원과 함께 연방정부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TK는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과거 단순한 양적 통합에 머물렀던 한계를 뛰어넘어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질적 통합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비춰본다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부울경 지역의 통합 논의는 그 풍경이 몹시 씁쓸하다. 부산시는 그동안 부울경 메가시티, 경남과의 행정통합을 추진해 왔으나 현재로선 경제동맹에 초점을 둔 상태다. 지난해 3월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는 초광역경제동맹을 출범시킨 바 있다. 하지만 실무 협의 이상의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행정통합 역시 지역별 입장이 다르고 실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인식돼 장기적 목표에 그치고 있다. TK는 물론이고 ‘통합 충청도’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충남북과 대전·세종시와 비교해도 부울경의 발걸음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는 지적을 피할 길 없다.

주지하다시피, 지역 통합 논의의 대의는 수도권 일극화와 지방소멸 위기에 공동 대응해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데 있다. TK 행정통합은 행안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경우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울경이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할 여유가 없다. 다른 지역에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데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여전히 장애물이 많은 과제이긴 하지만 부산과 경남이 행정통합 논의에 다시금 속도를 붙일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험을 살리고 실패를 거울삼는다면 부산·경남 통합은 지방시대의 선도적 분권 모델이 될 수 있다. 부울경 단체장들이 엄중히 각성하고 논의를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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