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심 악화·여야 정쟁 부를 ‘채상병특검법’ 거부권 행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 대통령 자신에 대한 방탄용” 비판 커
야당 “22대 국회서 재발의” 충돌 불가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채상병특검법’에 결국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재의요구안을 이날 오후 재가한 것이다. 채상병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에서 급류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숨진 채 모 상병 사건 수사를 이른바 ‘윗선’이 왜곡·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해소하려는 법안으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를 위해 순직한 사병의 죽음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마땅한 순리인 바, 채상병특검법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 야당도 특검법 수용을 강하게 촉구해 왔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니, 향후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일이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채상병특검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과거 수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재의요구를 의결한 데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결 과정이나 특검 추천 방식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당과의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된 점,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키로 한 점 등을 지적한 것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한 마디로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야권의 폭주라는 말인데, 윤 대통령의 현 심정을 그대로 대변했다고 하겠다.

채상병 사건 의혹의 핵심은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다. 윤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사안인데,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 의지와 역량 역시 미심쩍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채상병특검법 지지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기관들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공수처 수사에도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60% 안팎을 기록했다. 심지어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채상병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런 민심과는 크게 어긋나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까지 모두 10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거부권을 가장 많이 행사한 대통령’이 됐는데, 그만큼 불통과 독선의 이미지는 더 뚜렷해지게 됐다. 특히 채상병특검법 거부는 윤 대통령 자신에 대한 ‘방탄’ 용도로 대통령 권한을 이용한다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민심에 반하는 이런 행보는 국정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채상병특검법이 국회에서 재의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부결되더라도 야당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대통령과 야당, 야당과 여당 사이 충돌은 불가피한 셈이다. 그 후유증을 윤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지 심히 우려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