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통신 “대통령 헬기 ‘기계 고장’으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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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부 ‘미국 제재’ 책임론 제기
미국 “악천후에 헬기 띄워” 반박

20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한 남성이 촛불을 밝히며 전날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이란 각료들을 추모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한 남성이 촛불을 밝히며 전날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이란 각료들을 추모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 이란 국영통신이 ‘기계 고장’을 언급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20일(현지시간) 라이시 대통령을 기리는 영어 기사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일요일(19일) 호다 아파린 댐에서 타브리즈 정유공장으로 돌아오던 중 기계 고장(technical failure)으로 발생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헬기 추락 원인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IRNA 통신은 앞서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 당시 미국산 벨-212 헬기를 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은 해당 헬기가 수십 년 전에 도입된 노후 기종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 공군 예비역 출신의 CNN 군사 분석가 세드릭 레이턴은 “샤(이란 국왕)의 집권 후기인 1976년 벨-212 헬기가 상업적 형태로 처음 (이란에) 도입됐다. 그전에는 미군에서 사용됐기 때문에 이 헬기 기종이 실제 운용되기 시작한 건 이르면 1960년대 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또 이란이 국제 사회의 제재로 헬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자국에 제재를 가한 미국이 이번 헬기 추락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IRNA 통신에 따르면 자리프 전 장관은 “애통한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이다. 미국은 항공업계가 이란에 판매하는 것을 제재해 대통령과 그 일행들의 순교를 초래했다”면서 “미국의 범죄는 이란 국민의 마음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악천후로 묘사되는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한 결정의 책임은 이란 정부에 있다. 다른 어떤 행위자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미국의 제재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란 측의 반발에 대해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편, 중동 이슬람 국가들이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안타까워하며 이날 '애도의 날'을 잇달아 선포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애도의 날 지정 사실을 알리며 형제 같은 이란에 대한 연대 표시로 조의를 표하는 반기를 게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과 인접한 튀르키예도 이날을 전국적인 애도의 날로 정했으며 레바논 정부는 3일간 국기를 내리고, 라디오 및 TV 방송 편성도 조정에 나섰다. 또한 이란처럼 시아파 무슬림이 다수인 이라크도 전역에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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