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딩방’에 칼 빼든 금감원… 실효성은 ‘갸웃’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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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투자자문업자 실태 점검
58개 업체 61건 불법 행위 적발
금감원, 수사 의뢰 등 조치에도
사이트 차단에 그쳐 효력 의문
가입비 먹튀·손실금 보상 안 돼
폐업 후 신고만 하면 사업 재개

금융당국이 불법 리딩방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지만 개미들을 위한 날 선 칼이 될지는 미지수다. 유사투자자문업을 운영하며 주가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호안 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가 지난해 4월 영장심사에 출석 중인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불법 리딩방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지만 개미들을 위한 날 선 칼이 될지는 미지수다. 유사투자자문업을 운영하며 주가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호안 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가 지난해 4월 영장심사에 출석 중인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주식시장 문제아로 지적됐던 불법 리딩방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지만, 개미들을 위한 날 선 칼이 될지는 미지수다.


21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와 합동으로 ‘2023년도 유사투자자문업자 영업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유사투자자문업은 투자자문업자가 대응하지 못하는 시장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1997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도입 취지와 거리가 먼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늘면서, 불법 리딩방으로 다수의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721개사를 점검한 결과 58개 업체(8.04%)에서 불법행위 61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혐의별로는 소재지 변경 보고 등을 누락한 ‘보고의무 미이행(49.2%)’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직전 4년 평균 비중(30.1%)보다 높은 수준이다. 보고의무 미이행 사례로는 소재지 변경 미신고 12건, 폐지 미신고 10건, 상호 변경 미신고 6건, 대표자 변경 미신고 2건 등이다.

고객에게 일대일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미등록 투자자문업 영위 혐의(37.7%)’는 23건이다. 이 역시 직전 4년 평균(36.5%)보다 높았다. 현행법상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간행물, 전자우편 등에 의한 조언만 가능하다. 일대일로 투자자문을 진행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금감원은 적발된 혐의 업체에 대해 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강경 대응이라는 세간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이러한 분위기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유사투자자문업체로부터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사례와 금감원의 조치가 동떨어져 있어서다.

개인투자자의 주된 피해 사례는 가입비 ‘먹튀’, 유사투자자문업체 권유로 인한 ‘투자 손실금 미보상’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조치는 적발된 업체의 운영 사이트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거쳐 차단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투자자들의 주된 피해 사례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등록제로 운영되는 투자자문업은 금융당국이 적격성을 검증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교육 이수 후 당국에 신고만 하면 다시 사업을 쉽게 영위할 수 있다. 투자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일반 투자자를 위해 투자자문업보다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폐업과 신설이 자유롭다는 허점을 이용해 불법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금감원의 역할이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보다 가입비 먹튀와 투자 손실금 미보상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투자자들 스스로 주의를 요한다고 알리는데 그치는 셈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현행법상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를 직권말소시킬 수 있는 범위가 ‘폐업 후 영업 재개 의사 없음’과 ‘의무교육 미이수’ 등으로 권한이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는 8월 14일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직권말소 범위가 확대돼 불법 리딩방 근절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유사투자자문업 신고 결격사유와 직권말소 사유를 대표이사에서 임원까지 확대와 재진입 제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이익 보장과 손실 보전 금지 등 불건전 영업 행위도 제한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선제적 역할이 중요한데, 그간 당국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며 “당국의 노력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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