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금지’ 놓고 여권 차기 대권 주자 간 ‘돌직구’
한동훈 ‘의견’ 오세훈 ‘처신’ 받아쳐
유승민·나경원도 정책 비판 가세
안철수, 전형적 탁상 공론 꼬집어
여권의 대선 잠룡으로 평가 받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논란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4·10총선 패배 이후 여권 재편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차기 주자 간 대선 전초전이 조기에 불붙은 형국이다.
한 전 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 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던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오 시장이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 데 대한 반응이다. 오 시장은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았으나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직구 금지 정책을 비판한 한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어 “방향은 맞다는 것만으로 좋은 정책이 되지 않고, 선의로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나”고 반문하며 “그런 사례는 많다. 그러니 더 정교해지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 나 당선인 등은 지난 16일 정부가 유모차, 완구 등 80개 품목에 KC(국가인증 통합마크)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은 직접 구매(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직구 원천 차단’ 논란이 일자 “과도한 규제”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고, 오 시장은 정부 정책의 방향은 옳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오히려 세 사람의 ‘처신’을 지목하며 각을 세웠다.
앞서 오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설이 돌던 지난 9일에도 “이번 총선은 프레임 전쟁에서 졌다”며 한 전 위원장이 주도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총선 캠페인을 비판하면서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 시각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사흘 만에 직구 금지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국민께 불편을 드렸다”며 사과하면서 오 시장의 입장이 다소 궁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역시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정부의 직구 금지 정책 철회는)전형적인 탁상공론 또는 정책 실패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한 전 위원장이 이에 대해 총선 후 첫 현안 관련 메시지를 낸 것 데 대해서는 “조금만 더 빨리 말하지 않았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