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업계 한시가 급한데, 부산도시공사는 뒷짐만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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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컨설팅 결과 지켜본 후 조치
착수로부터 두 달가량 소요될 듯
공사비 보전 비율 문제도 여전해
업계 적극적인 선제적 조치 주문
"도산 이후 돈 나오면 무슨 소용"

민관합동사업에 참여한 지역 건설업체들이 늘어난 공사비 보전을 요구하지만 부산도시공사에서는 배임을 우려해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한 아파트 공사현장. 정대현 기자 jhyun@ 민관합동사업에 참여한 지역 건설업체들이 늘어난 공사비 보전을 요구하지만 부산도시공사에서는 배임을 우려해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한 아파트 공사현장. 정대현 기자 jhyun@

국토교통부가 민관 합동 사업장의 공사비 증액 분담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감사원 컨설팅을 받도록 조치한다. 그동안 부산도시공사 등 공공기관들은 배임에 걸릴 소지가 있다며 먼저 나서 대처하기를 꺼려 왔다.

배임 우려가 해소되더라도 공공기관과 건설사 간 보전 비율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지급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 업계는 도시공사가 전향적으로 나서 일부 필수 항목에 대해서라도 선지급을 하는 등 적극적 행정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컨설팅 통해 배임 면책 가능

지난 2월 국토부가 ‘공사비 상승분 중 50~100%를 공공이 부담하는 것으로 업체들과 협의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도시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머뭇거린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추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와 공사비 보전 비율에 관해 건설사들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기관들이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거치도록 조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감사 면책’을 받게 된다면 공사비 증액을 해도 추후 배임 우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보낸 공문에서 “각 기관에서는 조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사비 분담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사업장별 민간 협의 및 감사원 사전 컨설팅 후속 절차를 이행해달라”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참여하는 감사원 사전 컨설팅은 착수로부터 두 달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공사비 보전 비율과 관련해서 국토부는 건설공사비지수로 산출한 실제 물가 상승률에서 통상 물가 상승률(사업 시작 전 10년간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률 평균)을 빼 ‘급등 물가 상승률’을 구한 뒤 이를 공사비 분담에 활용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주택 건설 사업장이 멈추지 않도록 지원하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공이 공사비를 좀 더 부담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보전 비율, 법적 판단 받아야”

국토부가 지역 PF 부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부산도시공사는 관망하는 자세만 취하고 있다. LH의 감사원 컨설팅 결과를 지켜본 뒤에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후속 조치를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낸 건 다름 아닌 배임 우려를 해소할 감사원 컨설팅을 시작하라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지방 공기업인 도시공사는 시 감사위원회를 거쳐야 감사원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사업 구조가 대동소이하다 보니 LH의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도시공사들이 그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배임의 우려가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공사비 보전 비율을 따져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건설사들은 물가 인상에 따른 손실 대부분을 보전해 달라는 취지지만, 도시공사 입장에서는 이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단순히 ‘협의해 보라’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얼마나 보전해 주느냐에 관해서는 법적으로 판단을 받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지방도시공사들 역시 먼저 치고 나갈 수는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지역 업체들과는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수 항목 선지급 ‘절실’

지역 건설업계는 부산도시공사가 ‘뒷짐 행정’만 거듭한다며 위기의식 부족을 지적했다. 부동산 PF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부도에 내몰리거나, 실제 부도를 신청한 업체들이 나오는 상황이니 만큼 보다 적극적인 선제 조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부산의 한 건설사 임원은 “법적 판단까지 받아봐야 한다면, 얼마나 있어야 공사비 증액분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자금 수혈이 절실한 법인데, 업체들이 이미 도산하고 난 뒤에 돈이 들어온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 임원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하면 반드시 보전해 줘야 할 일부 항목이라도 미리 당겨서 선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언제 나올지 모르는 타 기관의 선례만 바라보지 말고, 도시공사 경영진이 나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공공이 발주한 부산지역 대형 SOC(사회기반시설) 공사장에서는 지역 건설사가 공사비 인상액을 맞춰 주지 못해 가압류를 당하는 사례들이 최근 나오고 있다”며 “지역 건설사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가장 약한 고리다. 지역 건설사가 어려워진다면 그 밑에 달린 수많은 하도급 업체들도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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