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정당 이전에 국민 봐야”…팬덤정치 비판한 김진표 국회의장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팬덤정치 정면 비판
“노사모는 노무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원들을 향해 “정당에 충성하기 전에 국민과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정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과 관련 ‘당심 달래기’에 집중하는 데 대해 민주당 출신 김 의장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김 의장은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은 당원이나 자기를 공천해준 정당에 충성하기 이전에 국민과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을 뒤흔드는 팬덤정치의 폐해를 강조하면서 “당원이 (국회의원 당선에)기여하는 득표율은 5%밖에 안 될 것이다. 나머지 90∼95%는 당원도,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건강한 팬덤정치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들었다. 그는 “건강한 초기 팬덤이었던 노사모는 노무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며 “노 대통령이 당선되고 앞으로 뭐 할 거냐고 물었을 때 그분들은 첫 마디로 ‘노짱 감독’이라고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장의 발언은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서는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강성 친명(친이재명) 추미애 후보에게 명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우원식 의원이 선출돼 정치적 후폭풍이 컸다. 강성 지지층의 탈당 사태가 이어지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우 의원 선출에 대해 당원들에게 사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민주당이 당심 달래기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김 의장은 ‘당심’과 ‘여론’의 차이를 지적한 셈이다.
김 의장은 21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면서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 잦은 비판을 받은 데 대해서는 “의장의 가장 중요한 일은 대화와 타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의장에게 당적을 버리고 일하라고 한 것”이라며 “의장이 욕먹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왔고, 결국 시간이 흐르면 저를 욕한 양당도 저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도 (이희호)여사의 연루 의혹이 불거졌던 ‘옷 로비’ 특검을 하지 않았느냐. 그걸 옳다고 생각해서 받았겠느냐”며 “평생 의회주의자로서, 국회가 결정한 것은 무조건 따라간다는 생각 때문에 그 모진 고욕을 감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선 “가능하면 여야가 합의해서 일정을 마련하고 본회의를 소집해야 하지만, 만약 합의가 안 되더라도 28일에는 본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 상병 특검법이 합의되면 합의된 안대로, 안 되면 재심의 요청된 법안에 대한 표결을 통해서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국회법 절차”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