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살 상어, 날면서 자는 새… '슈퍼애니멀'의 멸종 위기
■ 살아있니, 황금두더지 / 캐서린 런델
사라져 가는 20여 동물에 대한 보고서
유쾌한 이야기 속 생명의 고귀함 담아
일부 동물의 경이로운 능력 '흥미진진'
중국의 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려 왜 그렇게 난리블루스를 쳤는지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이해가 된다. 과학에 무지하던 시절부터 오히려 과학이 발달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변함 없이 욕망하는 것이 바로 ‘생명 연장’이다. 과거에는 불로초를 찾아서, 현재에는 의학적인 지식과 기술력의 도움을 받아 영생을 꿈꾼다. 그리고 영생까지는 어렵더라도, 마침내 ‘100세 시대’에 돌입했다. 인간들은 환호하지만, 수백 년을 사는 녀석이 보기엔 하찮기 그지 없다.
그린란드상어는 현존하는, 수명이 가장 긴 척추동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이 28마리의 그린란드상어를 조사한 결과, 가장 큰 5m짜리 암컷의 나이가 272~612살로 추정됐다. 상어의 몸은 평생 자라기 때문에 몸길이는 상대적인 나이를 알 수 있는 좋은 지표다. 7m까지 자라는 그린란드상어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 바다 속에는 600년 이상을 살아온 상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놀랍다. 1598년 이순신 장군이 노량의 차가운 바다 위에서 왜적의 탄환을 가슴에 맞았을 당시 또 다른 바다를 헤엄치던 상어가 2024년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 상어의 부모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연 보카치오와 함께 살았고, 고조부는 카이사르와 동시대를 보냈다.
<살아있니, 황금두더지>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21종을 조명한 책이다. 불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려 600년을 사는 상어가 멸종 위기라니 다소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살펴보면 삶은 대체로 공평하다. 오래 사는 대신 느리게 산다. 1시간밖에 달릴 수 없는 차는 시속 100km의 속도를 낸다고 하면, 다른 차는 10시간을 달릴 수 있는 수명을 얻은 대신 시속 10km 이상의 속도는 내지 못하는 거다. 상어의 심장은 10초에 1번만 뛰고, 암컷 한 마리가 처음 번식 준비를 마칠 때까지 무려 150년이 걸린다. 150세에(도) 생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부럽지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번식은 느린 반면, 1990년대 기름을 추출하려는 남획으로 1년에 3만 마리씩 죽어갔다고 한다.
책에는 그린란드상어 외에도 개체 수가 줄고 있는 여러 동물들의 기이한 능력을 소개한다. 사실 동물들은 인간이 상상하기도 힘든, 혹은 인간이 상상 속에서 너무나 가지고 싶어하는, 능력을 종종 가지고 있다. 가령 송장개구리는 몸이 꽁꽁 언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 그때가 되면 심장은 서서히 느려지다가 완전히 멈추고 내장을 둘러싼 물은 얼어버린다. 봄이 오고 얼음이 녹으면 심장이 다시 팔딱팔딱 뛰면서 저절로 살아난다. 무슨 섭리로 이 개구리의 심장이 다식 박동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유럽칼새는 평생 200만km를 난다고 한다. 이는 달까지 두 번 다녀오고 한 번 더 갈 수 있는 거리다. 또한 1년에 적어도 10개월은 멈추지 않고 비행한다. 하늘이 몸을 씻어주고 날면서 잠에 빠지기에 굳이 땅에 내려올 필요가 없어서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맛깔스럽게 풀어놓는다. (내 생각에) 현 시대 최고의 재담꾼인 에세이 작가 빌 브라이슨(<거의 모든 것의 역사> <나를 부르는 숲> 등의 저자)이 “진기한 마법의 책,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라며 책 소개에 한 마디를 보탰다. ‘굳이 이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싶은 사소한 잡지식도, 저자의 글을 통해서라면 연예인의 스캔들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재미를 느끼는 사이 시나브로 생명의 고귀함도 함께 깨닫는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보물은 생명”이라고. 캐서린 런델 글·탈야 볼드윈 그림/조은영 옮김/곰출판/248쪽/1만 75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