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관통하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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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김명태 승천기' '몸의 소실점'

김도희 '김명태 승천기'.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김도희 '김명태 승천기'.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현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을 둘러보면 복도에 들어서기 전부터 꼬릿한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이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2층 내 유리 창문 복도에 말린 제사용 물고기 수십마리가 달려있는 것을 보게 된다. 언뜻 수산 시장, 부산 사람이라면 자갈치 시장이 떠오를 이 냄새와 풍경은 작가 김도희가 영도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올려드리는 제의적 작품 ‘김명태 승천기’이다.

김도희 작가는 부산 영도의 조선 수리소 마을, 일명 깡깡이 마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작품은 창가에 마치 6폭 병풍처럼 세로 쓰기로 적힌, 읽을 수 없는 문장들과 말미에는 ‘이천이십사년삼월손녀김도희’라고 적혀있다. 이 문장 외에는 읽거나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글자들은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적 술에 취해 읊조리던 일본식 선박용어를 반야심경이 쓰여진 병풍의 형태를 착안하고 운율을 살려서 창문에 설치한 작품이다. 특히 영도는 오래전 왜관이 있는 현재 자갈치- 남포동 -중앙동 일대와 인접해 있고 일본 식민지 시기 영향으로 선박 용어가 일본식이 많았다. 복도 바닥 한쪽에는 설치된 모니터에서 수산시장 공판장에서 사용하는 수신호가 암호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경매 종소리는 이 작품이 제의적 작품이라는 것을 상기해 볼 때 상여 요령 소리처럼도 들려진다. 비썩 마른 물고기의 몸들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자니 다시 살아날 영혼을 위해 죽은 몸을 오래 보관하려던 미라가 떠오른다. 사라진 단어들을 담아내고 다시금 호명하려는 장소로 생선의 몸을 빌어 온걸까.

한편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에는 김도희 작가의 ‘몸의 소실점’도 함께 병풍의 형태로 전시되었다. 부산현대미술관 소장품이기도 한 ‘몸의 소실점’은 신체적 경험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원형석 드릴이 이용되었다. 몸의 무게와 압력을 오롯이 실어 합판을 드릴로 갈아 내는 반복적인 노동은 마찰열로 인한 분진과 소음, 진동을 야기하고, 이렇게 노동의 체험과 흔적을 간직한 7개의 합판은 기억을 소환한다. 고정된 개체의 덩어리보다는 물질의 입자가 분말화되거나 기화되는 특성을 눈으로 감각하면서도 입자의 세계 속 나와 타자, 인공과 자연, 산 것과 죽은 것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짐을 발화한다. 작가의 수행적 태도는 이러한 과정의 현존적 의미를 강조한다. 삶 자체가 몸이라는 물질 위에 기반한 화학적 작용이자 경험을 해석하는 과정이다. 대상의 물질적 특성을 후각적 자극이나 진동, 노동 등을 통해 몸과의 밀접성을 부각하고 연장한다.

김도희 작가는 몸을 근거로 탐구한 예술이 급속히 추상화되어가는 현실에서 구체적인 인간을 실감하는 직관적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작업 세계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내밀하게 다룬다. 두 작품은 7월 7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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