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이 맨체스터 미디어시티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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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산업혁명 발상지로 국가 발전 선도
제조업 약화·수도권 인구 유출 심화

BBC 등 1만여 미디어 핵심 기업 유치
도시 인근 첨단산업단지·교통망 확충

선택과 집중, 중앙정부와 협력 절실
부산도 블록체인특구 집중 육성해야

맨체스터와 부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 나라의 제2 도시로서 비수도권 지역의 핵심지역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산업화의 중심지로서 국가의 발전을 선도하였으나, 산업 지형 변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기업과 사람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도시 경쟁력이 약해지는 위기를 겪은 것도 닮았다. 월드컵의 영웅, 박지성이 활약한 세계적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친숙한 영국의 북부 도시 맨체스터는 사실 영국 산업혁명의 발상지로 제조업의 심장부였다. 그러나 제조업이 몰락하고 산업지형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도시는 활력을 잃고 쇠퇴하기 시작했다. 부산의 모습과 꼭 닮았다.

맨체스터는 2011년 도시 재생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디지털미디어 분야를 선정했다. 맨체스터연합기구가 중심이 되는 투자유치청의 역량을 집중하여, 맨체스터의 인접 지역 셰필드에 ‘맨체스터 미디어시티’를 조성하고 BBC방송국을 이전시켰다. 미디어컴, ITV와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을 유치하면서 디지털미디어 생태계가 맨체스터에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현재 맨체스터는 영국 북부도시연합의 구심점으로서 1만여 개 미디어기업이 둥지를 튼 영국을 대표하는 디지털미디어 클러스터, 첨단산업단지로 성장했다.

맨체스터 미디어시티의 성공 사례에서 부산이 배울점은 무엇일까? 첫째, 선택과 집중이다. 맨체스터는 수많은 차세대 성장 산업 중, 디지털미디어 산업 하나를 선정하여 미디어시티에 투자를 집중했다. 동시에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다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했다. 한정된 자원을 여러 산업군의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군인 미디어 산업의 다양한 기업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로 미디어 산업군 안에서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이 육성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미디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부산 역시 한번에 모든 산업군을 동시에 다 잘 육성할 수 없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미래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권별로 미래 성장 산업을 나눠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통한 정책적 협력이다. 맨체스터 미디어시티가 성공한 것은 런던의 중앙정부가 맨체스터 미디어시티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맨체스터는 미디어시티 계획 단계부터 런던의 중앙정부와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하여 최대한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영국 핵심 미디어 관련 기관들의 이전도 원활히 진행되었다. 영국 BBC방송국이 맨체스터로 이전하며, 수많은 연관 기업과 핵심 인력들도 함께 유입되어 미디어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 부산 역시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경쟁력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에 위치한 핵심 기관과 인력의 부산 유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국가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셋째, 도시의 균형 있고 조화로운 발전이다. 맨체스터는 미디어시티 부지를 선정할 때부터 맨체스터의 경제 중심지가 아니라 맨체스터와 인접한 낙후 지역, 셰필드에 미디어시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도시 개발 효과를 극대화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꾀했다. 또한 지역도시 연합과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꿀벌 네트워크(BEE NETWORK)라고 불리는 대중교통 노선을 주변 10개 도시로 촘촘히 확대해 접근성을 높였다. 특정 지역으로 사람과 기업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인접 지역과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부산 역시 블록체인특구 산업단지를 기획할 때, 기존에 잘 개발된 부산의 핵심 지역에 블록체인특구 산업단지를 육성할 것이 아니라 부산의 낙후된 지역에 블록체인 산업단지를 위치해 부산지역 블록체인특구 유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부지로 영도 지역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부산의 낙후 지역, 인구소멸 지역으로 꼽히는 영도에 블록체인 기업이 들어선다면 부산의 균형 있는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낡은 공장과 메케한 매연으로 가득했던 서울의 성수동이 전략적인 지역 발전 계획에 따라 예술가와 문화 콘텐츠 기업의 동네로 멋지게 탈바꿈한 것처럼, 부산 영도도 블록체인 생태계 중심 도시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첨단산업단지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부산시는 맨체스터 미디어시티 성공 사례를 참고하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적으로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중앙정부와 협력을 바탕으로 관련 기관과 인재를 부산으로 유치해 부산 블록체인 도시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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