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족관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간이어야"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 장유진 대표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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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 '아쿠아리움계 대모'
코엑스 아쿠아리움 오픈 멤버
부산아쿠아리움 동물복지 중시
전시뿐 아니라 교육에 집중할 것

장유진 대표는 장유진 대표는 "부산 아쿠아리움이 부산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

“그동안 생물을 돌보는 데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면, 이제 생물뿐 아니라 부산아쿠아리움에 근무하는 직원과 관람객에게도 집중해야 하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난달 1일부로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 대표이사로 취임한 장유진(48) 대표는 아쿠아리움 계의 ‘대모’인 인물이다. 부산아쿠아리움 대표로 취임 전 근무하던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최장 여성 아쿠아리스트이자 수석 큐레이터로 활약했다.

부산이 고향인 장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와 인연이 깊었다. 해양 수산 관련 분야에 종사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해양 생물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물고기 키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당시 수산대(현 부경대) 양식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경남 양산 통도환타지아의 산호 전문 수족관에서 근무하며 수족관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코엑스에 새로운 아쿠아리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오픈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장 대표가 입사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여성 아쿠아리스트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장 대표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육상 수족관 말고는 없었고, 아쿠아리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분들도 대부분 남성이었다”면서 “제가 아이를 낳을 때만 해도 회사에서 출산 휴가를 가는 게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함께 일을 시작한 여성 아쿠아리스트들은 결혼과 출산 등의 벽에 부딪혀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아쿠아리스트 업무가 보기에는 멋있어 보이지만, 한 명의 아쿠아리스트가 돌봐야 할 생물의 수가 정말 많고,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부모가 아이를 키우듯 먹이부터 청소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육체적으로도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된 업무에도 장 대표는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심정으로 동물들 곁을 지켰고, 그 결과 장 대표에게 ‘대모’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그가 버팀목처럼 버틴 덕에 이제 국내 아쿠아리움에서 여성 아쿠아리스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의 본사 멀린엔터테인먼트 그룹이 2022년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인수하면서 장 대표도 부산아쿠아리움과 인연을 맺게 됐다. 장 대표는 “부산아쿠아리움은 예전부터 출장으로 종종 왔던 곳인데, 국내 수족관 법 규정보다 더욱 동물 복지를 신경 쓰고, 동물 복지에 대한 감사도 외부 인력으로 1년에 두 번씩 실시해 동물 복지를 정말 신경 쓰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족관은 단순히 예쁘고 신기한 생물을 전시하는 곳을 넘어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 대표는 “동물 복지 측면에서 멀린그룹은 세계 최초로 아이슬란드에 벨루가 전용 바다 쉼터를 운영하는 등 동물 복지를 위해 힘쓰는 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로 부임한 동안 전시뿐 아니라 교육 역할에도 더욱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장 대표는 “예전의 수족관들이 귀한 생물을 데려와 전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지금은 기존에 있는 생물을 잘 돌보면서 이 생물들에게 스토리를 입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부산아쿠아리움의 붉은바다거북 ‘샹크스’ 이야기를 이어갔다. “샹크스는 부산 앞바다에서 폐그물에 걸려 아쿠아리움에서 구조한 거북이인데, 상처가 깊어 결국 한쪽 지느러미를 잘라내야 했다. 야생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해수부의 결정에 따라 아쿠아리움에서 보호 하면서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샹크스의 구조 스토리를 통해 관람객들이 폐그물이나 해양 쓰레기 등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더 실감나게 깨달을 수 있다. 또 아쿠아리움이 단순히 전시뿐 아니라 해양 생물 치료와 서식지 보존 등의 역할 등을 한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앞으로도 연간 회원들과 함께 진행해 오고 있는 바다정화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학교에 가서도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아쿠아리움은 코로나19 기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점차 관광객 회복 움직임에 발맞춰 조금씩 회복해나가는 중이다. 장 대표는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이 부산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 그는 “개관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부산에 아쿠아리움이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대표 관광지이자, 랜드마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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