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민과 주주 동시에 감동시키기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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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장

지난해 부산은행 사회공헌에 548억
BNK, 당기순이익 11~14% 환원
최근 5개월 사이 주가도 20% 상승
나눔과 이윤 공존하는 기업되어야

자고로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 정겨운 식당 간판이 손님을 부르기도 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제품명이 매출을 올리며, 고급스러운 이름이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름이 소비자의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진 당사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 정체성을 담아 사명을 정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명에 담긴 의미는 기업의 지향점이 되고, 기업 종사자에겐 지켜야 할 가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부산일보’에서 오래 일해본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기도 하다. 사명에 부산이 담겨 있다 보니, 일단 매사를 지역의 관점에서 먼저 살펴보게 된다.

BNK금융그룹도 비슷할 것이다. 대표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엔 지역명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BNK라는 그룹명에도 ‘부산과 경남’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대놓고 부울경이 정체성이라고 밝히는 기업이다 보니, 당연히 지역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활동이 사회공헌이다. 부산은행의 경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407억 원을 사회공헌에 썼다. 당기순이익의 11.7% 규모다. 지난해 사회공헌에 쓴 비용은 548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의 14.5% 수준이다. 부산은행은 소외계층 지원에 적극적이다 보니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선정한 부산 나눔명문기업 1호가 됐다. 현재 ‘동백전’을 운영하며 얻는 수익 전액은 지역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28년간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원한 금액만 121억 원이다.

보통의 기업에서 매년 벌어서 남는 돈의 10% 이상을 사회에 나누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직원들이 “그 돈으로 월급을 올려라”며 들고 일어날 법도 하다. BNK금융그룹에서 이런 사회공헌 활동이 가능한 건 부울경에 뿌리를 뒀다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사내 문화가 있고, 직원들도 이를 공유하고 있다.

큰 규모의 사회공헌 활동을 탐탁지 않게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투자자나 주주의 입장에선 지나친 사회공헌은 반이윤적인 활동으로 비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은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주주의 이익을 늘리거나, 남은 돈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쓰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외면하면 기업은 투자자들이 떠나고, 경쟁에서 뒤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BNK금융그룹 주가는 올 1월과 비교해, 5개월여 만에 20% 이상 상승했다. 다른 지역 금융지주사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폭으로, 최근 증권사들은 BNK금융그룹의 목표 주가를 상향하기도 했다. 주가 상승의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동안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지난해 선보인 소액주주 대상 IR 행사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운동 등이 효과가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사회공헌을 강화하면서도 기업의 투자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거다.

사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부산은행, 경남은행 그리고 BNK금융그룹의 가장 큰 매력은 이름 그 자체이다. 지역 정체성이 담긴 사명이 직원들에겐 사명감으로 작용하겠지만, 지역 시민에겐 지역의 동반자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부산 시민이 부산은행을 많이 이용하는 건 부산의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지역 기업이 잘되는 게 좋다는 동료 의식의 발현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그런 면에서 BNK금융그룹의 사회공헌은 일방적인 나눔이 아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이런 활동이 BNK로 시민의 발길을 모은다. 지역과 함께하는 금융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수록 부울경 시민에게 BNK의 매력은 올라갈 것이다. 사회공헌은 나눔이자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이기도 하다.

역으로 BNK금융그룹이 이윤이 줄어 투자자들이 떠나는 기업이 되다면, 부울경 전체가 힘들어질 것이다. 사회공헌 규모가 축소되는 건 부수적인 문제다. 지역 금융사가 흔들리고 자금에 문제가 생기면, 지역 소상공계부터 주력 산업계까지 지역 경제 활동 전반이 위축될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BNK가 지역에 공헌하고, 부울경 시민도 상응하는 믿음을 보여주는 거다. 그러면 BNK는 지역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보일 것이다. 투자자들은 외부의 악재가 있어도 지역이 지켜주기에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을 기업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견고해지면, 사회공헌과 이윤 확대가 공존할 수 있다.

최근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이 첫 해외 기업설명회를 떠났다. 해외 큰 손들에게 기업의 가치를 알려 투자를 이끌기 위한 자리다. 여러 투자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회공헌 확대와 주가 상승을 동시에 이룬 BNK에 중장기 투자를 하는 이들이 늘고, 그 결실을 부울경이 함께 나누기를 기대해 본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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