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1분기 영업 현금흐름 2조 원대 적자
전년보다 1조 이상 적자 폭↑
원가 상승에 분양 감소 영향
‘돈맥경화’ 걸리면 경영 타격
공사비 상승 등 영향으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조 원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의 유입·유출을 나타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하는 것은 지출에 비해 수입이 적다는 의미로, 그만큼 기업의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스템에 등록된 시공능력 평가 50위 건설사 중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0곳(다른 사업 비중이 큰 삼성물산·한화 제외)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 총액은 -2조 316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 1817억 원)보다 적자 폭이 더 커진 수치다.
이들 기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감소 폭은 영업이익 감소 폭에 비해 더 컸다.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 35억 원에서 올해 8687억 원으로 13.4% 줄었으나, 현금흐름은 적자 폭이 배로 확대된 것이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이 -8747억 원 △SK에코플랜트 -4214억 원 △포스코이앤씨 -3541억 원 △대우건설 -2839억 원 △태영건설 -2089억 원 △삼성엔지니어링 -1841억 원 등 18개 사가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기록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1979억 원), DL이앤씨(1263억 원), 롯데건설(1167억 원), 한신공영(803억 원), 계룡건설산업(602억 원) 등의 순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 흑자 폭이 컸다.
이 같은 마이너스 현금 흐름은 일시적으로 수금이 지연되면서 나타났을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공사 원가 상승 등으로 지출은 늘어난 반면 공사비용 상승분에 대한 발주처와의 협의 지연, 분양 감소, 미분양 등으로 수입은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가파르게 공사 원가가 상승하면서 상승분만큼 현금 유출은 늘어난 데 반해 분양 규모는 줄고 미분양은 증가했다”며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당연히 현금이 들어오는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설경기가 불황일 때는 이러한 여유자금 부족이 ‘돈맥경화’를 야기하며 기업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지급 보증 등이 많아 PF 사업장에 연이어 문제가 발생한다면 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기는 현금 흐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큰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지만 현금 흐름에 차질이 생기면 큰 건설사도 순식간에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