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지급 안 한 나쁜 부모에 ‘철퇴’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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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최초 유죄 선고 판결
법 개정에 형사 처벌 가능해져

부산지법 앞에서 전 부인이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남편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 제공 부산지법 앞에서 전 부인이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남편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 제공

법원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부산에서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에게 유죄 판결이 나온 일은 처음이다. 하지만 관련 법률 개정으로 2021년부터 양육비를 미지급한 비양육인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지만,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배진호 부장판사는 22일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 씨는 2019년 10월부터 전 부인 B 씨에게 매달 70만 원씩 약 4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혐의를 받는다.

배 부장판사는 “미성년자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비양육인의 성실한 양육비 지급이 필수지만 A 씨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죄질이 중하고 양육자는 장기간 법적 분쟁을 계속하며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일부 양육비를 지급한 점, 피고인이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는 자료를 제출했던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형사 처벌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양육비 미지급으로 감치 명령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먼저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확정받아야 하고 이어서 법원에 신청해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이행 명령을 받아야 한다. 이행 명령을 받고도 3차례 이상 양육비를 받지 못하면 다시 법원에 감치 명령을 신청해 받아야 한다. 감치는 법원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이에게 최대 30일간 직권으로 구속하는 제재다. 감치 명령을 끌어내고도 1년간 양육비를 못 받아야 비로소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2019년 10월 양육비 지급 판결 이후 이번 1심 판결까지 약 4년 5개월이 걸렸다.

전국적으로 양육비 미지급으로 기소된 사건은 9건뿐이다. 지난 3월 인천지법에서 월 80만 원씩 10년 9개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남성에 대해 징역 3개월이 선고된 사건이 유일한 실형이다.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나 합의를 통한 공소 기각 처분됐다. 법조계에선 양육비 미지급 형사 사건은 현재까지 양형 기준이 없어 초기 판례가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B 씨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B 씨는 “A 씨는 올해 초 기소되자 실형을 면하기 위해 일부 양육비를 ‘보여주기식’으로 지급했다”며 “A 씨는 집과 차도 있고 재산이 넉넉한데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은 아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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