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외에 필수·지역의료 문제 해결도 나서야”
인의협 등 주최 시민 사회 토론회
지역의사제 제도화 필요성 지적
경남·일본 등 사례로 절박성 강조
의대 증원 사회적 합의 기구 촉구
“의사들이 국민이 의료 현안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국민은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찬성하는데, 지금의 대치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의사 집단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및 의료개혁 시민사회 토론회’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정운용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의대 정원 및 의료개혁의 핵심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정 대표는 “필수·지역의료의 위기를 공공병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의대 정원 증원은 숫자보다 어떻게 양성하느냐, 배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의사를 나랏돈으로 뽑고 키워 학생과 나라가 계약을 맺고 공공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증원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필수·지역의료가 위기인 상황에서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지역의사제의 제도화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구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폐쇄되는 병원은 늘어가고 의사 역시 급격히 고령화하고 있는 경남의 사례로 지역의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 공공의료사업실 김영수 실장은 “하동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병원급 병원이 없는 곳으로 의원급 병원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5~10년 안에 하동군처럼 병원급 병원이 없는 지역이 늘어날 것”이라며 “창원은 100만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곳은 창원경상국립대밖에 없고 그마저도 전문의 1명이 한 달에 21일간 당직을 하며 겨우 유지하고 있다”고 지역의료의 현실을 전했다.
김 실장은 일본 내에서도 벽지가 많은 오키나와현의 사례를 들어 지역정원제(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키나와현립중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의사를 키우고 벽지에 의사를 배치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일본 도쿄, 오사카 같은 본토에서도 수련을 올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면서 “지역에서 필요한 1차 의료 전문의 양성을 목표로 수련을 한다. 한국 역시 지역의사제를 통해 수련병원, 의대, 지자체까지 패키지로 지역에서 길러,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키워야 한다”고 전했다.
공공병원인 오키나와현립중부병원이 의사 인력 양성의 중심 기관으로 역할을 하는 것처럼, 한국도 지역 책임의료기관에서 의사를 교육하고 파견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로 현재의 공중보건의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과 필수·지역의료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이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이른 시일 내에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며 “의사 파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지역의사제 법안 통과를 위해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윤태호 교수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법 통과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안인 만큼 부산 시민사회가 법안 통과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정부와 의사단체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환자 피해가 크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현재 사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