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임협 시동…쟁점은 ‘정년 연장·주 4.5일제’
국내 노사 관계 판도를 가늠할 현대자동차 노사 간 올해 임금협상이 23일 상견례를 계기로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임금 인상 외에도 정년 연장, 주 4.5일제 근무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아 협상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 본관에서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와 장창열 전국금속노조위원장, 문용문 현대차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 약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고 올해 교섭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노사는 28일부터 30일까지 3차례 교섭하고 내달 첫째 주 2차례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 노조는 다음 달 4일 출정식도 연다.
노조는 임금안으로 기본급 15만 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비롯해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컨베이어 수당 최고 20만 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별도 요구안으로 정년 연장(60→64세),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4.5일제) 도입, 상여금 900% 인상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당선된 강성 노선인 문용문 지부장의 핵심 공약이 대거 반영됐다.
현대차 노사는 통상 해마다 임금협상을 하고 격년으로 복지와 근로조건 등을 다루는 단체협상을 병행한다. 올해는 임협만 하는 해인데, 별도 요구안을 놓고 벌써 노사 양측의 신경전이 미묘하다.
무엇보다 최대 쟁점은 정년 연장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현재 63세에서 2033년 65세로 연장되는 점을 고려해 정년(만 60세)을 만 64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기존에는 임금 인상을 노린 전략적 카드 정도로만 써왔다. 하지만 화제성과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해가 거듭될수록 노사 모두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회사로서는 급여 인상과 달리 사내 인력과 임금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문제여서 부담이 크다. 청년 일자리는 물론 연금,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장시스템과 연결돼 있어 사회적 합의도 선행돼야 한다.
노조가 처음 요구한 주 4.5일제 근무를 놓고도 관심이 뜨겁다. 앞서 현대차그룹 내 기아차 노조 역시 올해 요구안에 주 4.5일제 시행을 담았으며, 이를 공약한 더불어민주당 등에 법제화 추진을 요구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현대차 노조는 매년 2500명 안팎의 정년퇴직으로 일손이 줄어드는 만큼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더 만들자고 주장한다. 이는 국내 공장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사측 또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조가 올해 4월 확대 간부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파업 투쟁을 해서라도 노조 요구안을 반드시 쟁취한다(65%)’, ‘파업 투쟁은 당연하지만 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21%)’ 등 파업 지지 의견이 다수였다. 노조는 ‘최대 실적에 걸맞은 공정한 분배’를 강조하는 만큼 사측과의 교섭에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문 지부장 공약인 상여금 900% 인상 등 기본적으로 임금성 현안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어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끌어낸 바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