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겼네” 트럼프 억지에도 미 하원 ‘주한미군 유지’ 명시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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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군사위 국방 예산 초안에
“현행 2만 8500명 유지” 명시
강제성 없지만 의회 지지 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이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지난 13일 뉴욕 형사법원에 출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 하원이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지난 13일 뉴욕 형사법원에 출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미 하원이 국방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 초안에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초안의 표현 자체로는 법적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내년 9월 말까지 적용되는 NDAA에 주한미군 규모가 적시된 것은 주한미군에 대한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것은 초안으로 향후 의회 논의 과정에서 표현이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NDAA의 위원장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한국과 관련, “평화롭고 안정된 한반도라는 공동의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국방부가 한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의회의 인식”이라면서 “여기에는 한국에 배치된 2만 8500여 명의 미군을 유지하는 것과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모든 방위능력을 사용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미국의 공약을 확인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초안은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간 협력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 장관 등에 연말까지 브리핑을 하도록 했다. 2025회계연도 NDAA는 올 10월부터 1년간 적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저스 위원장의 NDAA 초안에 포함된 한반도 관련 내용은 지난 회계연도 NDAA와 유사한 수준이다. 2024 회계연도 NDAA에도 주한미군 규모를 2만 8500명으로 유지하고 한미 정상이 작년 4월에 채택한 워싱턴선언 등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방위비 추가 부담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 재임 중에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여러 차례 주장했다고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부 장관이 2022년 발간한 책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NDAA 초안의 표현은 법적 강제성은 없다. 대선이 다가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구체화하는 것에 맞춰 미국 의회도 심사 과정에서 주한미군 관련 표현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미국 의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 3년간 NDAA에 주한미군 감축을 위해서는 사실상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2019회계연도에는 2만 2000명이었으나 2020~2021회계연도는 주한미군 규모가 2만 8500명으로 상향됐으며 이 미만으로 줄일 경우에는 관련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주한미군 감축·철수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2022회계연도 NDAA부터는 지금과 같은 표현으로 정착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에 공개된 것은 군사위원장 초안”이라면서 “현재는 예년 수준으로 들어가 있지만 향후 상하원 심사 과정에서 그때 상황에 따라 표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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