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난했던 시절 받은 장학금이 마음속에 늘 있어요”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회장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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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부산공고 장학재단 이사장
청춘 후원은 기업 운영 원동력
졸업생 4만 명, 각 분야 진출
후배들 자긍심 갖고 역사 쓰길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회장은 “꿈나무를 돕는 일은 기업을 운영하는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정한식 우성종합건설 회장은 “꿈나무를 돕는 일은 기업을 운영하는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가난했던 고교 시절 품에 안았던 ‘장학금 봉투’는 후배들을 보듬는 넓은 품을 만들었다. 정한식 (주)우성종합건설 회장은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부산공업고등학교 51회 졸업생이다. 정 회장은 (재)부산공고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74년 토목과에 입학했어요. 그해 5월 개교기념일에 장학금을 주더라고요. 10만 원쯤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가치로는 100만 원은 되겠죠. 당시 가야에 판잣집들이 있었는데 거기 살았습니다. 장학금을 받고는 대연동 학교에서 어머니가 장사하던 가야시장까지 뛰어갔어요. 걸어서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인데, 차비가 없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걸어 다녔죠. 그 장학금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 인생에 굉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 회장은 2018~2021년엔 부산공고 총동창회장을 맡기도 했다. “건설회사가 바빠요. 대기업이 아니다 보니까 오너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감사의 의미로 동창회장을 맡았어요. 모교가 내 성장의 기틀을 만들어줬으니 이 정도는 희생하자고 생각했어요.”

부산공고장학재단의 시작은 2012년 설립된 신양부산공고장학재단이다. “22회 졸업생인 신양 정석규 초대 이사장이 20억을 출연해 만들어졌어요. ‘돈은 후세를 위한 거름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씀했다고 해요. 그런데 명칭이 재단 확장에 약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산공고장학재단으로 명칭을 바꾸려고 자제분을 설득했는데 흔쾌하게 허락했습니다. 쉬운 결정이 아닌데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재단 기본재산을 100억 원으로 늘리기 위한 ‘개교 100년 장학기금 100억 원’ 프로젝트는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41회 졸업생 선배가 모교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해요. 그 뜻을 따라 부인과 아들이 지난해에 재단에 1억을 기부했어요. 남긴 재산 중 큰 부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문들의 마음을 움직였죠. 100억 프로젝트의 큰 마중물이 됐습니다.”

‘재학생 100만 원 장학금’도 기부 선순환의 계기가 됐다. “부산공고 사례가 전국적으로 보도되면서 이슈가 됐어요. 프로젝트를 몰랐던 동문들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들도 후배 장학금에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선한 경쟁력을 끼친 거죠. 자랑스럽고 유쾌합니다.”

정 회장은 ‘학력 중심’ 사회 분위기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바람이 불었습니다. 제 동기들을 포함한 인력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중동에 가서 외화를 벌어들였어요.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하나의 발판을 만든 거죠. 그런데 그들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자리가 없다든지 진급이 안 된다든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고요.”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기죽지 말라’고 한 배경에는 이 같은 마음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결국 기술이 받침돌입니다. 세상은 돌고 돌잖아요. 능력 있는 기술인이 대우받는 시대가 회귀하지 않을까요.”

우성종합건설은 우성스포츠재단을 운영하면서 골프 꿈나무도 후원하고 있다. “청춘들이 노력한 것을 꽃피우는데, 제가 물 한 방울 줬다는 사실이 기업을 운영하는 원동력입니다. 모교에도 한 달에 두세 번은 가는데요. 아이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많이 받습니다.”

선배로서 부산공고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정 회장은 “한마디로, 부산공고는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답했다. “1924년 설립 이후 한국 근현대사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쳤어요. 경제계뿐만 아니라 학계·정치계·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인재가 진출해 사회 전반에서 발전을 이끌어냈죠.”

정 회장은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선배들이 100년 동안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냈듯이 너희도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당당한 주인공이 될 것이다. 4만 동문이 뒤에서 박수 치면서 응원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라.”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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