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계기로 돌아온 김경수 전 지사, 친노·친문 구심점 되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23일 봉하마을 여야 인사 집결
김 전 지사도 영국서 일시 귀국
비명계 힘 모을 차기 행보 관심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여야 대표가 한자리에 몰린 데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의 회동도 이뤄지면서 향후 ‘친문 적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중심으로 비명(비이재명) 결속이 이뤄질지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엔 노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자리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도 참석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 명의의 추모 화환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이날 추모객은 5000명가량으로 추산됐다. 정치권 인사들은 추도식이 끝난 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차례로 참배했다.
최근 영국에서 귀국한 ‘친문 적자’ 김 전 지사의 참석은 한층 눈길을 끌었다. 출국까지 한 달가량 국내에 머물 계획인 김 전 지사는 이날 추도식을 계기로 야당 인사와 자연스럽게 만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그는 연말께 완전히 귀국할 예정이다. 야권에선 김 전 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그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위주로 구성되면서 김 전 지사는 비명계 구심점으로 한층 급부상했다. 앞서 친문계 상징인 임종석 전 실장이 4.10 총선 과정에서 공천 배제된 데 이어 김한정·윤영찬 의원 등은 하위 10% 통보를 받아 경선에서 탈락했다. 친문계 박광온 의원 역시 친명 인사와의 경선에서 낙마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비명 진영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복권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2022년 사면된 이후에도 복권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김 전 지사는 오는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없지만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복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도 일각에서 복권 카드를 거론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고 있다. 여당 일부 의원은 차기 대권 잠룡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김 전 지사를 전략적으로 복권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견제 차원에서 ‘이재명 대항마’ 색채를 약화하기 위해 김 전 지사를 복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문계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친문계만의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김 전 지사가 그 구심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경수 지사의 구심점, 그것은 조금 친문 구심점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예를 들어서 (김 전 지사가) 복권이 된다면 차기 대선이라든가 이런 것까지 갈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비명계 구심점’을 두고 대권 잠룡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몸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는 전날 4·10 총선 부산 낙선자들과 부산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서로를 위로하는 편한 식사자리였다’고 설명했지만, 잇따른 그의 행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 지사는 24일엔 수원 도담소(옛 도지사 공관)에서 경기 지역 총선 당선인들과 만찬 간담회를 진행한다. 야권에선 김경수 전 지사와 함께 김동연 지사도 정치적 행보에 힘을 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저녁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당원주권시대 콘퍼런스’ 부산·울산·경남 편에 참석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