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나는 솔로' 성황리에 열려... "새로운 인연 찾으러 왔어요”
25일 해운대구청 청춘 남녀 만남 주선하는 ‘해운대랑데부’ 개최
40명 모집 인원에 경쟁률 3.4 대 1로 큰 관심 받아
독특한 행사 소식에 지역, 업계 구분 없이 참여 의사 밝혀
“모든 역사는 만남을 통해 이뤄집니다. 오늘 여러분의 첫 만남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을 응원합니다.”
25일 오전 9시 50분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 2층 회의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의 축사로 지자체가 청춘 남녀를 맺어주는 ‘해운대 랑데부’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의사, 공기업 직원, 경찰 등 다양한 직종의 선남선녀 40명이 이성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연령대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했다.
공무원 정 모 씨(34)는 “연애를 떠나서 다양한 직군의 좋은 사람을 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며 “새로운 인연을 많이 만나기를 바란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각자 ‘0호 아무개’란 이름과 번호가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8명씩 조를 이뤄서 원형 책상에 앉았다. 첫 만남의 긴장감도 잠시였는데, 진행자의 안내 하에 진행한 몇 가지 게임으로 금방 웃음꽃이 폈다. 가위바위보 결과에 따라 손바닥을 때리는 게임 등 자연스러운 접촉이 이어졌고 각자 머리에 하트 모양의 머리핀을 꽂아주기도 했다. 행사 도중 세 차례 자리를 바꾸기도 했는데, 몇몇 남녀는 짧은 만남에 아쉬워하며 멀어지는 상대방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전이 하나의 ‘전초전’이었다면 오후는 본격적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오후 3시께 참가자들은 해운대해수욕장의 ‘모래 축제’를 관람했는데, 통행로 폭이 2m에 불과해 자연스레 남녀 한 쌍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걷게 됐다. 단둘이 된 몇몇 참가자들은 오전에 미처 묻지 못한 연령이나 거주지, 취미 등을 물으면서 한층 더 가까워졌다.
9호 김 모(26) 씨는 “예상보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너무 좋다”며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지자체가 청춘 남녀를 연결해 주는 실험적인 행사가 열렸다. 청년 간의 만남을 보장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저출생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행사로서는 보기 드문 높은 호응을 얻어 기분 좋은 연착륙 징조를 보였다.
해운대구청은 이날 오전 10시 해운대구 ‘제1회 해운대 랑데부’를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해운대 랑데부는 청년 남녀 간의 만남과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행사다. 자격 요건은 해운대구에 거주하거나 직장 소재가 해운대구인 사람이다. 또한 미혼인 상태로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한다.
지자체가 청년 연애 전선에 뛰어든 것은 부산에서는 해운대구가 처음이다. 독특한 행사인 만큼 청년들의 관심도 굉장히 높게 나타났다.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이번 해운대 랑데부에 참여하고 싶다고 신청한 인원은 137명이다. 성비 역시 남성이 76명, 여성이 61명으로 어느 한쪽에 크게 치우치지 않았다. 직업군도 공기업, 공무원, 전문직 등 다채로웠다.
행사 구성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해운대 해변열차, 해리단길 탐방 등 해운대 대표 관광 명소를 위주로 일정이 짜였다. 청춘 남녀의 연애 사업뿐만 아니라 지역 관광 사업도 놓치지 않겠다는 해운대구의 의도가 담긴 일정이었다.
특히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요트 유람 일정은 모든 참가자가 기대를 보였다. 16호 정 모(34) 씨는 “해변 열차나 요트, 멋진 식당 등 다양한 구성이 준비돼 만족한다”며 “특히 와인을 마시며 자유롭게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저녁 뒤풀이 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행사 파급력은 지역과 업계를 넘나들기도 했다. 해운대구청은 대법원이 해운대 랑데부 참여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소속 직원들이 참여할 수 없겠냐는 것이다. 또한 숙박 시설, 음식점 등 지역 업체들도 협찬이나 장소를 제공하고 싶다며 관심을 표했다.
해운대구청은 행사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다. 올해 해운대 랑데부 성과에 따라 진행 방식이나 참여 규모를 바꿀 계획이다.
해운대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만족도를 평가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내년 행사 규모나 방식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