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세월 견딘 ‘신생’ 100호를 눈앞에 두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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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생태주의 전문 시 잡지
가을호 100호 앞둔 심포지엄
“기후위기·전쟁 등 더 관심을”


신생 100호 발간을 앞두고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열리고 있다. 신생 100호 발간을 앞두고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열리고 있다.

1999년 가을호로 창간된 계간 시 전문지 <신생>이 올 가을호로 100호에 이르게 된다. 지역에서 창간되었고, 상업성이나 대중성과 거리가 먼 생태주의 전문 시 계간지가 25년 세월을 견뎌, 100호를 발행한다는 사실은 문학사에서 하나의 사건에 가깝다는 평가다. 신생 100호 발간을 앞두고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열렸다. 이날 1부에서는 김경복 평론가, 정진경 시인 겸 평론가, 허정 평론가가 창간호부터 100호까지를 각각 나눠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내세우는 신생의 이념은 지금의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관계의 세계를 유기적이고 생태학적인 관계의 세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1999년 가을 창간호에 실린 내용이다. 신생은 이처럼 생태계 보존과 생명의 소중함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주의 사상에 거점을 두고 운동적 차원에서 문학이 전개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한편으로는 중앙집중적인 문화 예속에 대해 문화 생태지역주의 차원에서 부산지역 문학 활동의 자주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있었다. 창간 당시 21세기 밀레니엄을 앞두고 테크놀로지에 열광하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자연으로부터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특별한 행보였다.

신생은 초기 잡지 발간에 도움을 준 독지가가 물러나고 4호를 기점으로 서정원 시인이 발행인, 이규열 시인이 편집인을 맡아 잡지 발간을 책임지는 형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특집시, 신작시, 기획특집의 3가지 코너는 변함이 없다. 신생의 이념이 생태주의인 만큼 특집시는 생태시의 경향이 짙은 작품을 싣는다. 신작시는 격조있는 전국 시인들의 작품을 싣되, 지역 시인의 비중을 최소 30% 유지하고 있다.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열린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 심포지엄에서 김경복 평론가가 이야기하고 있다.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열린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 심포지엄에서 김경복 평론가가 이야기하고 있다.

신생은 독자와의 만남에도 적극적이었다. 3주년 기념으로 임랑 바닷가에서 시와 생태환경운동 강좌, 4주년 때는 독자들과 함께 낙동강 생태문학기행을 열어 호응을 얻었다. 2011년에는 김준오시학상 운영위원회와 연합해 김준오 시학상을 제정해 지난해까지 13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신생은 100호 기념으로 신생 신인상을 제정해 한국 시단의 유장한 흐름에 기여키로 했다. 현재 상당수의 잡지가 잡지 운영을 염두에 둔 차원에서 시인을 등단시키는 관례를 경계한다는 차원에서 그동안 신인 추천을 하지 않았다.

신생은 초기부터 편집위원 체제로 가면서 편집의 자율권을 행사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김경복 평론가는 “신생이 부산을 대표하는 시 전문 계간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일관성 있고 심도 있는 기획력과 원고료 집행의 투명성, 잡지 발간의 신뢰성으로 나타난 행정력의 쌍두마차를 잘 견지해 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토대가 다음 200호를 기약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2부에서는 신생 100호 이후를 전망했다. 하상일 평론가는 “신생은 창간 정신으로 돌아가 신생다움을 실천해야 한다. 생태시라는 관념을 넘어 기후시의 실천과 운동을 더욱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명철 문학평론가는 “세계 문학사에서 전쟁에 대한 문학적 응전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신생은 21세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전쟁에 대한 시적 응전에 분투하는 시와 시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신생 100호 발간을 앞두고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열리고 있다. 신생 100호 발간을 앞두고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열리고 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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