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단골이 사기범으로 돌변… 14억 ‘꿀꺽’
아파트 분양권·청과 사업 명목 등으로 돈 가로채
재판부 “현금으로 은폐, 생활비로 탕진했다고 변명”
20년 이상 오랜 단골로 친분을 쌓은 뒤 투자금을 불러주겠다며 피해자와 두 자녀에게까지 14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으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1998년부터 피해자인 B 씨의 남편이 운영하는 이발소를 다니면서 B 씨 가족과 친분을 쌓았다. 알고 지낸 지 20년이 지난 2019년 A 씨는 B 씨에게 “유명 건설사 아파트 두 채를 타인 명의로 분양받아 놨으니 그중 하나를 7억 5000만 원에 인수하고, 대금은 마련될 때마다 수시로 달라”며 17차례에 걸쳐 6억 10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2022년엔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추가 잔금과 등기 비용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1억 9000만 원을 3차례 걸쳐 받기도 했다. A 씨는 B 씨를 통해 B 씨의 두 딸을 대상으로도 사기 행각을 벌였다. B 씨의 두 딸에게 접근해 돈을 주면 SUV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속여 1000만 원을 받거나 “내가 하는 청과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나눠주겠다”고 속여 19차례에 걸쳐 7억 5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A 씨는 아파트 입주권이나 분양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노점 수준의 청과 사업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평소 친분을 이용해 자신을 믿었던 B 씨 가족을 2년 넘게 사기 치고 농락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피고인에게 줄 돈을 마련하려고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받는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특히 피고인은 송금받은 돈 중 약 12억 원을 현금으로 출금해 은폐한 정황이 있음에도 복권 구입이나 생활비로 탕진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