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두고 21대 막판까지 ‘극한 대치’…민생법안도 줄폐기 신세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8일 본회의 앞두고 여 “총력 저지”, 야 “반드시 가결” 대치
국힘, 최재형 의원까지 찬성 4명으로 늘자 이탈표 단속 긴장
민주, 대규모 장외집회 이어 국힘 이탈표 끌어내기 여론전
여야 대치에 28일에도 고준위방폐물법 등 처리 어려울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이 25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야당·시민사회 공동 해병대원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이 25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야당·시민사회 공동 해병대원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의 28일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큰 이견이 없었던 민생법안들도 오는 29일 국회 폐막과 함께 줄줄이 폐기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사무총장은 26일 KBS 방송에 출연,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의 발단이 된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물 속으로)들어가서 작전한 사람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사람들 8명을 기소 의견으로 낸 게 맞느냐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격노하면 안 되나. 격노한 게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프레임을 가지고 젊은 청년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서 너무 정쟁화하는 것은 순직 해병에 대한 예도 아니다”며 특검법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만큼 재의결은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안철수·유의동·김웅 의원에 이어 최재형 의원까지 특검법 찬성 대열에 가세하자 내부 단속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특검법 이탈표가 두 자릿수까지 불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단합된 뜻을 유지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특검법 추진을 주도해 온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 정당들은 전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장외집회까지 열며 대여 총공세를 벌였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동시에 28일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여론전이었다. 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 의원 여섯 분을 만나서 얘기했는데, 절반 정도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겠다’라고 했다”며 “무기명투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도부의 요청과는 다른 판단을 하실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해 온 ‘5·18 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법’(민주유공자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7개 쟁점 법안도 이날 강행 처리하겠다는 태세여서 28일 본회의장은 여야 대결이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김진표 국회의장은 “채 상병 특검법 외에 법안들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가 마지막까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21대 국회는 최악의 ‘무능 국회’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6.6%로, 20대 국회(37.9%)와 19대 국회(45.0%)보다 낮다. 채상병특검법 대치로 28일에도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방폐물법,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시급한 민생법안들은 모두 폐기될 신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