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덮은 녹차를 아시나요?” 하동 가루녹차 ‘활로’
하동산 고품질 가루녹차 생산량 ↑
차광재배 정착…수매 67% 늘어
자체 생산으로 미 스타벅스 수출
우리나라 녹차 시배지 경남 하동군이 고품질 가루녹차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친환경 재배에,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 재배 기술까지 더해 세계 차인들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는 중이다.
26일 하동군과 (재)하동녹차연구소에 따르면 유기농 가루녹차의 수출과 국내 유통을 위해 지난 20일부터 지역 유기농 차광녹차 생엽 매입·가공에 착수했다. 올해 하동녹차연구소의 가루녹차 생산량은 100여t으로, 생엽 수매는 500여t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총 수매량 300t 대비 200t, 약 67% 증가된 수치다.
여기에 참여 농가 수도 지난해 31개 농가에서 올해 54개 농가로 74% 늘었다. 수매 증가로 인한 농가 수익은 6억 원 이상으로, 농가당 1000만 원 이상의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
이종현 하동녹차연구소장은 “미국 스타벅스와 유럽 수출을 대행하고 있는 (주)누보와는 강화된 협상력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17% 인상된 수출단가 계약을 맺었고, 80t 이상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량 부족분에 대해서는 누보가 원료를 구매하면 연구소 가공공장에서 전량 살균·분쇄 가공해서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참여 농민들의 소득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하동 가루녹차 생산량이 대폭 늘어난 건 이른바 ‘이불 덮은 녹차’키우는 ‘차광 재배 기술’로 녹차 품질을 크게 개선했기 때문이다. 차광 재배는 차나무에 햇빛을 가리면서 찻잎의 엽록소를 증가시키는 기술이다.
흔히 가루녹차는 비만이나 당뇨에 대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며 혈중 지질혈증과 지방간을 억제해 대사증후군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호흡기와 피부 건강에도 효과가 있어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확인됐다.
농가 소득에도 이점이 많다. 기존 녹차 티백이 kg 당 1200원에 팔린다면 가루녹차는 kg 당 최대 4800원을 호가한다. 비슷한 노동력으로 3~4배 정도 비싸게 팔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가루녹차의 경우 생산 방법이 까다롭고 판로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구매자 요구에 맞는 색도(녹색빛깔·G값)를 맞추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재배방법으로 생산한 가루녹차는 색도가 잘 나와도 40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표적인 녹차 매입처인 스타벅스에서는 친환경에, 색도 50도 이상을 매입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하동군이 도입한 게 차광 재배다. 이미 제주도 오설록이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내 스타벅스 납품 전량을 책임지고 있는 상태다. 하동군 역시 가루녹차 색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차나무 차광 재배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10여 년 동안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통풍이 안 돼 차나무가 고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미국 스타벅스와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지만, 색도를 맞추지 못해 오설록 찻잎을 일부 사들여 하동녹차와 혼합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술력이 크게 성장했고 가루녹차 생산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프리미엄 가루녹차의 우수한 품질 유지와 지속적인 수출을 위해 농민들 스스로 하동가루녹차유기농생산자협회를 올해 출범시켰고 하동군.녹차연구소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제 오설록 찻잎을 따로 매입해 섞지 않아도 50도 이상의 색도를 내고 있는 상태다.
하승철 하동군수는 “향후 가루녹차의 생산과 수출 확대를 위해 대규모 기계화 단지 조성사업이 필요하다. 국가공모사업에 응모하거나 경남도 건의를 검토 중이다. 천년의 차 문화가 담긴 우수한 하동 차를 활용해 대한민국 차 시장과 세계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