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사들이는 외국인… 주주환원·밸류 업 효과?
4대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
평균 62.59% 역대 최고 수준
올해 3%P↑ 코스피 평균 3배
금융권, 주주가치 제고 약속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각 사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함께 정부의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 영향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증시에서 대표적 저평가주로 취급된 금융지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불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 상장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 지분율은 24일 장 마감 기준 평균 62.59%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평균이 59.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3%포인트(P) 이상 높아진 셈이다. 전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같은 기간 1%P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4대 금융지주 중 마지막으로 증시에 들어온 우리금융 상장일(2019년 2월 13일) 당시 평균 58.23%를 기록한 이후 5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71.97%에서 지난 24일 76.65%로 5%P 가까이 늘어 80%에 육박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60.17%에서 61.11%로, 하나금융은 68.55%에서 69.98%로, 우리금융은 37.90%에서 42.62%로 외국인 지분율이 올랐다.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융지주들이 최근 들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 등을 노리고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금융지주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의 대표적 수혜주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지분율이 늘어나며 주가도 덩달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의 지난 24일 종가는 7만 6900원으로 지난해 말(12월 28일·5만 4100원)과 비교해 42.1%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18.1%)·하나금융(40.7%)·우리금융(11%)도 주가가 상당 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율 확대와 정부의 밸류 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서도 “금융주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분류되는 만큼 상승 여력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투자설명회(IR)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한 바 있다.
양 회장은 KB금융이 분기 균등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의 주주환원을 국내 금융주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본력을 탄탄히 유지하고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주주환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또 ‘총주주환원률이 40%에 육박한 KB국민은행이 이 같은 추세를 유지하기 위한 전제조건’ 등을 묻는 질문에 “주주가치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을 통한 펀더멘털 강화와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자본관리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는 나오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중장기적 자본관리 정책에 있어 ROE 목표는 12~13%가 중간 목표”라고 덧붙였다.
진 회장도 “향후 재무정책은 ROE 10%를 목표로 하면서 주식 발행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2~3년간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투자자들에게)대한민국 자본시장 역사상 최초로 6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을 한 신한의 사례를 들며 정부가 주주환원에 인색하다는 인식은 떨쳐도 된다는 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BNK금융의 지난 24일 장 마감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38.70%로 4대 금융지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었지만, 지난해 말(12월 28일)과 비교해서는 4.4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경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