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바다는 대한민국의 미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류동근 한국해양대 총장

바다는 세계를 연결, 바다에서 미래 개척
반도체·이차전지 비해 해양 부문 홀대 심화
해양 인재 육성 통해 미래 기술 개발해야
해양클러스터펀드 통해 오션밸리 구축하길

우리나라의 성장은 바다와 늘 함께였다. 삼국시대에도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갖은 전투를 치렀고 결국 최종적으로 한강을 차지한 신라가 통일신라를 이뤘다. 여기서 한강을 차지했다는 것은 외교와 무역이 능했다는 것이며, 이를 발판으로 국가 성장을 이뤄냈다는 추론도 합리적이다. 통일신라 이후에도 강변과 바다는 외부로의 관문 역할을 했다. 현재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무형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를 오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바다는 세계로 나가는 길목이다.


바다의 중요도가 상당하기에 세계 곳곳에서는 힘을 주고 정책을 펼친다. 각 국가에서는 연구개발(R&D) 지출을 늘려가며 해양과학기술, 해운, 항만물류, 조선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산업의 방향도 미래 산업에 맞도록 AI를 결합한다거나 친환경을 강조하는 등의 경쟁력 있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들 모두 정책의 방향은 한 곳이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하고, 바다에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수한 해양 인재 양성이 있어야 미래를 선도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도 큰 틀에서 모두 뜻을 함께한다.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다. 삼면이 바다인 지정학적 특성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정책의 민감도가 그 어떤 국가보다 높다. 다르게 말하면 해양 인재를 안정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면 국가 성장의 촉매 마련은 충분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는 바다를 통해 성장을 이룩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해양 인재가 필요했다. ‘대한민국 해양 개척’의 역사적 사명을 바탕으로 1945년 국립한국해양대학교가 개교한 이유다.

인재 배출은 국가 경쟁력과 직접적이다. 우리나라는 바다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산업군에서 경쟁력은 이미 충분히 있으며 기성 산업군인 조선, 조선기자재, 해운, 항만물류 등에서는 세계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첨단해양과학기술, 해양금융, 해양레저, 해양바이오 등 해양 분야 신산업에서도 우리나라는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이 분야의 인재 역시 융복합적으로 키워낼 자질이 충분하다.

세계 6위의 해운대국, 조선산업 부동의 1위. 우리나라에 붙은 수식어다. 그만큼 해양 분야에 강점이 있다. 보다 고차원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국가적 역량 집중이 필요하며 해양 특성화 대학에서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한강을 지배한 나라가 한반도를 지배했다. 인공지능과 연결된 이 시대에도 바다는 국가 성장의 절대적 가치다.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그 누구도 모르는 미래에도 해양 인재는 국가 근간을 탄탄하게 한다. 그렇기에 해양 강국으로 더 높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양 강국의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전제 조건은 모두가 아는 ‘해양 산업을 아우르는 인재’ 배출, 그것뿐이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가 민생”이라고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내놨다. 향후 3년간 반도체 인력 양성에 5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 최소 2조 5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차전지 분야의 맞춤형 핵심인재·현장인력 교육 프로그램 등에 426억 원을 투자하고 특성화 대학 3곳을 신규 지원하는 등 올해 대비 86%(197억 원) 증액된 예산이 투자된다. 정부가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반도체·이차전지 특성화 대학들에 올해 총 745억 원을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해운항만물류 중심 국가이다. 전 세계가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고 부러워한다. 싱가포르가 해운항만물류 중심 국가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해운항만물류산업의 신기술을 도입하고 해양 기업과 해양 인재에 대한 투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해운항만청은 해양클러스터펀드, 해양혁신기술펀드, 싱가프로해양연구펀드를 조성하여 해양 인재 양성, 해양 기업 지원, 생산성 향상, 연구개발, 혁신기술 개발, 해양스타트업기업 육성 등에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해양 인재 양성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2024년 해양수산부 예산은 6조 6879억 원이며 국가 전체 예산 중 약 1%를 차지한다. 2024년 부산 예산 15조 6998억 원 중 해양 관련 예산 비중은 약 1.1%이다. 이 예산 중 대부분은 항만개발 등 시설 투자에 집중되어 있고 해양인력 양성, 연구개발, 혁신기술 개발, 해양스타트업기업 육성에 지원되는 예산 비중은 낮은 실정이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혁신지구에는 해양 관련 교육, 연구, 공공기관이 집적된 해양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조 원 규모의 해양클러스터펀드를 조성해 첨단해양과학기술 인재양성, 해양벤처기업 육성, 세계적인 오션밸리 구축을 통해 대한민국을 해양 강국으로 만드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