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이라는 이름의 희망을 쏩니다” [OTT 씹어 먹기 '오도독']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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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 발사기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 시네마달 제공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 시네마달 제공

10여 년 전,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던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은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즐기며 사는 인생을 모토로 살아가던 그들은, 현실의 벽 앞에 부딪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추구하는 것으로 눈을 낮췄다. 일부는 욜로족에서 전향해 ‘거지방’으로 들어갔고, 아직 남은 샤이 욜로족은 무책임과 허영심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산다.

이곳에 ‘개인 자격’으로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려는 한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의 유일한 목표는 누구나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그의 행동에 모두가 화들짝 놀란다. 누군가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를 만류한다.

왓챠가 제공 중인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2015)은 티셔츠 1만 장을 팔아 인공위성을 띄우려는 다소 독특한 계획을 가진 한 청년의 이야기다. 디지털 예술작가로 자신을 소개하는 송호준 씨는 이케아도 깜짝 놀랄 만한 ‘DIY 인공위성’을 선보이겠다는 꿈을 지녔다. 이 작품은 그의 행적을 따라가며 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월세 등 미룰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뒤로 미룬 이 청년은, 서울 망원동 지하 연구실에서 티셔츠와 인공위성 제작에만 몰두한다. 인공위성 제작 비용은 최소 1억 원,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다. 티셔츠는 팔릴 기미가 안보이고, 위성 발사는 계속 늦어지고, 내야할 돈은 점점 불어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이 세상에 부족한 꿈과 희망을 심기 위해 인공위성이 아니라 돌멩이라도 띄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모해보이는 도전을 시작한 지 약 5년 만인 2013년 4월, 마침내 그의 인공위성은 우주로 향한다.

10년 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2020년부터 자신이 가진 모든 물건을 팔아 중고 요트를 구입하고 2년 6개월에 걸쳐 바다 1만 3000km를 항해했다. 지난달에는 요트 경주대회인 ‘롤렉스 차이나 씨 레이스’에 출전해 완주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해가는 그의 행보는 꽤 인상적이다.

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은 청년 세대 사이에서 어느새 ‘신 포도’가 되어버린 꿈이라는 단어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품이다. 그의 도전을 지켜보고 있으면 나도 무엇인가에 뛰어들고 싶은 열정이 샘솟는다. 전문가는 물론, 인공위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보다 인간 자체에 집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2013년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한글 자막이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조금 불친절한 작품이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과학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자막이 없어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하루 종일 인공위성을 만드는 비슷한 장면이 반복돼 약간 지루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도전기는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어느덧 2024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올해가 끝나기까지는 아직 6개월이라는 기간이 남았다.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보기 좋은 때다. 그 도전이 남들이 보기에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이라면 더욱 좋겠다. 마침 경남 사천에는 우주항공청이 새롭게 문을 연 터다. 만약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면 단돈 80만 원과 카메라 1대만 들고 무작정 유럽으로 떠난 4명의 청년을 다룬 작품 ‘잉여들의 히치하이킹’도 추천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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