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 ‘여성 영화’가 휩쓸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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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베이커 ‘아노라’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여성 감독 작품
여우주연상 4명 공동 수상 ‘이변’

영화 '아노라'로 제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숀 베이커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시상식 후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화 '아노라'로 제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숀 베이커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시상식 후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제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미국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에 돌아갔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여우주연상을 4명이 공동 수상했고, 칸영화제 사상 최초로 성전환 여배우가 수상자에 포함되는 등 여성과 여성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베이커 감독은 조지 루카스 감독에게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받았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레드 로켓’(2021) 등으로 주목받아 온 베이커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처음이다. 베이커 감독은 무대에 올라 “저는 캘리포니아 포도밭에서 자라다 영화를 만들게 된 꼬마일 뿐”이라며 “명예로운 상에 더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베이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여성 스트리퍼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콜걸 아노라가 러시아 백만장자의 아들과 결혼한 뒤 시부모에게 위협을 당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감독은 “이 상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성노동자에게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인도의 여성 감독 파얄 카파디아의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All We Imagine As Light)가 차지했다. 신분과 계급이 다른 여성 간호사 3명이 여행을 하며 겪은 애정과 상실의 파동을 다뤘다. 카파디아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 여성 연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25일 폐막한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에 출연한 여배우 4인이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아드리안나 파즈, 조이 살다나, 설리나 고메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가스콘은 성전환 여배우 최초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AFP 연합뉴스 25일 폐막한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에 출연한 여배우 4인이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아드리안나 파즈, 조이 살다나, 설리나 고메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가스콘은 성전환 여배우 최초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AFP 연합뉴스

이례적으로 여우주연상을 4명이 공동 수상한 점과 칸영화제 최초로 성전환 여배우가 수상자에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가져간 ‘에밀리아 페레스’(Emilia Perez)는 여성으로 성전환하고 싶은 멕시코 카르텔 보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우주연상은 이 영화에 출연한 아드리아나 파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설리나 고메즈, 조이 살다나 등 4명이 가져갔다. 가스콘은 이번 수상으로 성전환 여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트로피를 받았다.

이외에도 여성 감독 코랄리 파르자가 직접 쓰고 연출한 ‘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가 각본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그렸다.

한국 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해 무관에 그쳤다. 올해는 류승완 감독 영화 ‘베테랑2’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김량 감독 ‘영화 청년, 동호’가 클래식, 임유라 감독의 ‘메아리’가 라 시네프 부문에 각각 관객을 만났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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