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문신하고 조폭 흉내… 베트남 동포에 불법 대출하고 15억 챙긴 일당 검거
외국인 상대 1만% 넘는 고리 대부
SNS 광고 통해 250명에 34억 대출
불법 홀덤펍 운영하며 수익 챙기기도
국내 체류 베트남인 등 외국인을 상대로 연이자 1만%가 넘는 불법 고리 대부를 하거나 외국인 상대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베트남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불법 체류자의 경우 국내 금융기관 대출이 어렵고 수사기관에 신고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 동포들을 상대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범죄 수익으로 이들은 외제차, 명품 등을 구입하며 호화생활을 하는 등 국내 조폭들을 그대로 흉내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7일 대부업법 위반과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베트남 국적의 범죄집단 총책 A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공범 3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또 도박 장소 개설 혐의로 베트남인 불법체류자 B씨를 구속하고 공범 1명, 도박 참가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15명은 모두 베트남인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집책, 추심책 등 역할을 분담하고 SNS에 대출 광고를 낸 뒤 베트남인과 귀화인 250명을 상대로 34억 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연 최대 1만 1790%의 이자를 받아 15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은 A 씨 등이 돈을 빌려줄 때부터 개인 인증샷과 인적사항을 받았고, 기간 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채무자의 개인정보를 SNS 등에 게시하고 협박성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불법 채권추심도 일삼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SNS에 문신 사진 등을 올리며 피해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불법 체류자 또는 국내 유학생으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돈을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총책인 A 씨는 국내에서 이혼한 베트남인 여성과 결혼해 합법적인 거주 허가를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 씨 등은 온몸에 문신을 하고 위력을 과시하는가 하면 불법 고리대금업 수익으로 외제차와 명품, 귀금속을 사들이며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B 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산 사상구에 당구장으로 위장한 외국인 전용 불법 홀덤펍을 운영하며 도박 자금을 환전해 주고 약 1억 원의 불법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 등은 SNS로 비대면 연락체계를 유지하며 외국인 유학생과 불법체류 노동자 등 인증된 손님만을 도박에 참여시켰고, 홀덤펍 안팎에 CCTV를 설치해 수사기관의 단속에도 대비했다. 같은 건물의 외국인 전용 클럽과 연계해 클럽 내에서 은밀하게 환전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경찰은 A 씨가 운영한 불법 대부조직이 이 외국인 전용 불법 홀덤펍 도박 자금을 융통해 준 사실을 확인하고 두 조직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 이승주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 2팀장은 “베트남 범죄집단에서 국내 불법 조직폭력배의 범죄 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범행들이 포착돼 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날로 증가하는 외국인 범죄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금융 범죄 외에도 마약류 밀반입 등 외국인 관련 범죄에 대해서도 총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