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채용 비리' 부산항운노조 간부 등 73명 대규모 기소
간부 15명 수년간 27억 원 상당 금품 수수 혐의
노조, 46년 만에 채용 추천 포기 등 제도 개선
부산항운노조가 채용 추천권을 여전히 ‘인사 장사’ 수단으로 악용한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노조 간부들은 채용·승진을 대가로 역대 최대 규모인 27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고 범행을 은폐하기도 했다.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김익수)는 27일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의 채용 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여 노조 간부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금품 공여자 등 5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대검찰청에 한 노조 간부가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는 첩보 접수 이후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약 1년간의 수사 결과 검찰은 노조 간부들이 채용과 승진 등을 대가로 역대 최대 규모인 27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승진 추천 권한이 없는 반장 A 씨는 정조합원 채용이나 간부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2013년부터 약 10년간 조합원으로부터 10억 7000만 원을 받았다. 이는 이번 노조 비리에서 한 사람이 받은 금액 중 최고액이다. 5부두 지부장 B 씨는 2022~2023년 조합원 40명으로부터 채용 추천 대가로 3000만~6500만 원을 받는 등 총 7억 4500만 원을 챙겼다.
한 신협 간부 C 씨는 노조 지부장과 공모해 조장·반장 승진 대가로 총 1억 5400만 원을 받았다. C 씨는 부당 신용대출 등으로 약 1억 원을 횡령했고, 필리핀 한 호텔에서 6번에 걸쳐 약 4억 원 상당의 불법 도박을 하기도 했다.
2019년 부산지검의 항운노조 채용 비리 수사 당시 지부장이던 노조상임부위원장 D 씨는 수사 대상에 오르자, 검찰에 소환된 조합원에게 금품을 주고 채용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하게 해 수사망을 빠져나갔지만 이번에 당시 4명으로부터 정조합원 채용 대가로 1억 45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2005년(29명 구속·50명 기소, 청탁 수수금 11억 원)과 2019년(16명 구속·31명 기소, 청탁 수수금 10억 원) 두 차례에 걸쳐 부산항운노조에 대한 대규모 집중 수사를 벌인 바 있다. 이 같은 채용·승진 추천 권한을 악용해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노조상임위원장, 신선대지부장, 물류지부장 등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받았거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숨기려고 공여자의 통장·체크카드, 비밀번호가 기재된 백지 출금 전표를 받아 사용한 사실도 밝혀냈다. 게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노조 간부는 청탁금으로 받은 돈을 공여자에게 되돌려주는 수법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검찰에 출석하는 조합원과 동행하면서 허위 진술을 유도해 수사를 방해했다. 검찰은 구속된 노조 간부의 주거지 등에서 1억 5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압수했고 10억 원 이상의 자산을 추징보전했다.
부산항운노조는 인사권 등을 행사하는 위원장 아래 총무기획부·조직조사부 등 6개 집행부와 24개 지부, 7280명의 정조합원과 2429명의 임시조합원으로 구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항운노조다. 독점적인 근로자 공급 권한 때문에 위원장의 승인을 통해 노조에 가입할 수 있으며, 위원장 또는 지부장이 터미널사에 정규직 채용추천권을 보유하고 있다. 채용 비리가 지속되자 노조는 지난 3월 노·사·정 협약을 통해 1978년부터 46년간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채용추천권을 포기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