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막판 협상에서도 여야 평행선…책임 떠넘기기 공방만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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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의장 주재 협상에서도 여야 기존 입장 고수
민주당도 국민연금 개혁안 야당 단독 처리에는 부정적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여야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에도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빈손 협상’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 집중했다.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 등 현안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은 여야가 접점을 찾은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만이라도 먼저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거듭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국민연금 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겨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추 원내대표는 “연금과 관련해 서로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며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했고, 22대 국회가 곧 시작되니까 그때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속도감 있게 잘 진행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모수개혁에 대해 민주당이 통 크게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했음에도 합의를 이뤄내 처리하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쉽다”며 “21대 국회 마지막까지도 추 원내대표께 합의를 위한 노력을 더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 21대 국회에서 강행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연금개혁의 추진체는 정부·여당이기 때문에 (야당이 단독)처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21대 국회에서는 안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협의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22대 국회로 연금개혁안 처리를 미루자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는 ‘책임 공방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소득대체율 44% 수용으로 논의의 주도권을 잡은 민주당이 공세적으로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과 정부는 연금개혁을 한사코 미루자고 고집하고 있다”며 “무작정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연금 개혁을 하지 말자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44%로 하는 여당 안을 수용했다. 부족하더라도 개혁안을 좌초시키는 것보다는 반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낫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28일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 별도 본회의를 열어 연금개혁안을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야당의 책임론 공세가 거세지자 여당에선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당 지도부는 22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모수개혁 제안을 수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연금개혁은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국민적 합의 없이 졸속 처리하면 거센 저항을 맞게 된다”며 “민주당은 시간에 쫓겨 밀어붙이지 말고, 이틀 뒤 22대 국회에서 진짜 연금개혁 추진에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각각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경원 당선인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근식 전 당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연금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냐.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양보해서 모수개혁에 합의한다면 일단 첫걸음이라도 합의해주는 게 맞는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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