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 국정주도권 반전 모색
4월 총선 참패 이후 지지율 답보 속 거대야당 공세도
중국과는 FTA 2단계 협상 재개, 일본에는 라인사태 협조 요청
외교성과 바탕으로 국내 현안 모멘텀 마련에 집중
윤석열 대통령이 4년 5개월 만에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4월 총선 참패의 충격을 딛고 정국 주도권 회복을 위한 국면 전환에 나섰다. 총선 이후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거대 야당의 공세까지 거세지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영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양자 회담을 가진 데 이어 27일엔 한일중 정상회의를 열었다. 한중·한일 정상회담과 3국 정상회의는 국내 언론은 물론, 중국·일본을 비롯해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리는 '빅 이벤트'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회의 이후 4년 5개월간 열리지 못하던 3국 정상회의를 한국이 주도해 성사했다는 것만으로도 작지 않은 외교적 성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은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대중 관계 경색에 대한 우려를 다소나마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한중은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고,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13년째 중단된 한중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가동하고, 한중수출통제대화체를 출범시켜 공급망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일 회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 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지분 매각이 아닌 보안 조치 강화를 요구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두 나라가 긴밀하게 소통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재개했다는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실질적인 외교 성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받았다. 중국과는 북핵 해법에 있어서 다소 결은 달랐지만 별도 환담을 통해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 유지를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리창 총리 역시 "한반도 정세 안정이 중요하다.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에도 '외교의 시간'을 이어갈 방침이다. 3국 정상회의 다음날인 28일부터 이틀간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예정돼 있다. 다음달 4∼5일에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첫 다자 정상회의로, 정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인 45개국 이상 대표단이 참여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총회 등 하반기에 집중된 다자회의 일정 등을 고려하면 총선을 앞두고 순연됐던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도 본격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