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차익’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10년 월세없이 무상거주
야당 ‘선구제 후회수 방안’ 의결 전망 속
국토부, 피해자 지원 정부안 별도 발표
LH, 우선매수권 양도받아 집 경매 참여
근생빌라와 다가구주택도 매입하기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만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28일 통과시킬 계획인 가운데,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안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피해 세입자들로부터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경매에 참여한 뒤, 이를 낙찰받아 이를 최장 20년간 피해자들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본래 야당의 특별법 개정안은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 방안으로 불리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우선 돌려준 뒤,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방안은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원 이상 손실이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피해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 22대 국회가 들어서면 야당과 협의하겠다는 의도다.
■ LH가 우선매수권으로 피해 주택 낙찰
27일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LH가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주택을 경매를 통해 사들인 후, 그 주택을 공공임대로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이다.
LH는 경매과정에서 정상 매입가격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하게 되면 그 차익(경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10년간 월세를 내주고 피해자가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시세 대비 50~70% 할인된 비용으로 추가 10년을 더 살 수 있게 한다. 또 경매차익은 10년후에 피해자가 퇴거할 때 남은 금액은 돌려주게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은 대체로 경매에서 유찰되는 경우가 많아 낙찰가가 낮아지는 점을 활용했다.
여기서 말하는 경매차익은 ‘장부상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LH는 한해 수조원의 공공임대주택 매입 예산이 있기 때문에 이 돈을 쓰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방안으로 피해자는 살던 집에서 추가 월세 부담없이 살고, 나갈 때 보증금 일부를 회복받게 돼 피해자들로부터 많은 신청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다가구 주택도 경매차익 배분
이같은 혜택은 불법건축물로 분류되던 근린생활시설의 주택과 신탁사기 피해주택, 다가구 주택에도 적용된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피해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 LH가 경매에 참여해 집을 사들이고 여기서 발생한 경매차익은 피해액 비율대로 배분해 지원하게 된다.
즉 전세사기 피해자가 100% 피해를 회복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살던 집에 10년 이상 거주할 수 있고, 퇴거할 때도 경매차익의 일부를 돌려받게 된다.
아울러 피해주택 중 오피스텔이 많은 점을 감안해 전세사기 피해자 보금자리론 지원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추가하기로 했다.
현재 야당의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 개정안은 28일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번 국회 회기내에서는 법안이 폐기된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방안을 22대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폐기된 특별법 개정안을 약간 수정해 다시 추진할 수 있어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아니면 야당안과 정부안을 병합해 새 법안이 나올 수도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야당측 개정안은 보증금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 절차가 없어 현실적으로 시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22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정부안을 중심으로 여야와 긴밀히 협의해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