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변신… 음악·연극·시각예술 ‘창작 공간’ 재탄생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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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청 - 부산문화재단 업무 협약
빈집·도시재생 거점시설 지원 실험
예술인에 무상 대여 활용·운영
사하구·부산진구·서구도 진행 중
주변 슬럼화 방지·지역 활기 유도

올해 예술인 창작 공간으로 지정된 부산 동구 범일동 가마뫼 주민사랑방. 부산 동구청 제공 올해 예술인 창작 공간으로 지정된 부산 동구 범일동 가마뫼 주민사랑방. 부산 동구청 제공
올해 예술인 창작 공간으로 지정된 수정동 수정아파트. 부산 동구청 제공 올해 예술인 창작 공간으로 지정된 수정동 수정아파트. 부산 동구청 제공

부산 원도심 빈집과 도시재생 거점시설이 음악·연극·시각예술 창작 공간으로 변신한다. 갤러리로 바꾸려는 시도도 진행되는 등 빈집을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용하려는 실험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단번에 철거가 어려운 수많은 빈집을 추가로 활용할 방안을 찾으면 공간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산 동구청은 이달 29일 부산문화재단과 ‘빈집 활용 창작 공간 조성과 운영 지원 사업 업무협약’을 맺는다고 27일 밝혔다. 동구청이 빈집과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일정 기간 무상으로 빌려주고, 부산문화재단은 예술인 입주와 창작 공간 운영을 맡는 내용이다. 기초지자체가 공간을 빌려주면 문화 기관이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한다.

공모로 선정된 부산 예술인들은 창작 공간 8곳을 2027년 6월까지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동구 수정동 수정아파트 빈집 6곳은 예술인이 1명씩 입주한다. 시각예술 단체 소속 3명, 극단 소속 3명이 상주하며 예술 활동을 하게 된다.

도시재생 거점시설인 동구 범일동 루미네 수녀기념관에서는 음악 단체 7명이 창작 활동에 뛰어든다. 범일동 가마뫼 주민사랑방은 시각예술(설치·평면)을 펼칠 1명이 상주한다.

창작 공간을 확보한 예술인 14명 이상은 인근 주민이 문화 활동에 참여하거나 작품을 즐기게 만드는 역할도 맡는다. 활동비 3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월별 상주 시간 등 심사를 통과하면 공간을 계속 쓸 수 있다.

올해 예술인 창작 공간으로 지정된 부산 동구 범일동 루미네 수녀기념관. 부산 동구청 제공 올해 예술인 창작 공간으로 지정된 부산 동구 범일동 루미네 수녀기념관. 부산 동구청 제공

동구는 원도심 인구는 줄어드는 데 빈 공간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이번 사업에 새롭게 참여했다. 동구청 2030기획단 관계자는 “빈집이 늘면서 주변이 슬럼화되는 등 사회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며 “지역에 활기가 돌게 되고 문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예술가 상주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고민하며 빈집을 활용할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문화재단은 예술 활동을 지원하면서 시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빈집 등 15곳을 창작 공간으로 운영한다. 동구에 신규로 추가된 8곳 이외에 사하구 3곳, 부산진구 2곳, 서구 2곳에 예술가가 상주한다.

부산문화재단 예술지원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는 공간을 개방해 주민이 예술 교육을 받거나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연극은 단체 연습을 할 공간뿐 아니라 공연을 선보일 무대도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등이 빈집이나 유휴 공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빈집을 철거하려 해도 예산 문제로 쉽게 없앨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동구는 범일동 이중섭 문화거리 중간에 있는 빈집 2곳을 갤러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관광지인 부산은 빈집을 감성 숙소나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하고, 각종 체험 활동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빈집은 창작 활동에 도전하는 신규 예술인이나 새롭게 사업을 도전하는 청년 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한 극단 대표 A 씨는 “연습실 대관비만 매년 500만 원이 넘는데 그게 지원이 되는 것”이라며 “공간이 넓지 않다면 중소 규모 프로젝트를 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리허설이 가능하거나 무대를 꾸미고 장비를 쌓을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30평 이상 공간이나 빈 상가를 활용할 수 있으면 더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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