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엔 환호·지역 특산품엔 ‘할머니 맛’?… 지역을 보는 다른 시각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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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피식대학' 지역 비하 논란
지역은 전근대적·낙후된 곳으로 그려져
수도권 집중으로 '내부 오리엔탈리즘' 심화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출연진의 지역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출연진의 지역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출연진의 지역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됐다. 반면 인기 걸그룹 멤버가 완벽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여러 콘텐츠에서 지역은 좋든 나쁘든 ‘시골’ ‘사투리’와 같이 단순하게 묘사된다. 수도권 중심주의 시각에서 지역을 타자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28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구독자 수는 3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역 비하 논란이 생긴 지 약 2주 만에 약 20만 명 감소했다. 해당 회차가 담긴 ‘경상도 호소인’ 시리즈는 경상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엉터리 사투리를 마구 던져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다.

경북 영양군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출연진들은 “인간적으로 너무 재미없다” “내가 공무원인데 여기 발령받으면... 여기까지만 하겠다” 등 지역을 둘러보며 경솔한 언행을 이어갔다. 한 빵집에선 “젊은 애들이 햄버거 먹고 싶은데 이걸로 대신 먹는 거야”라고 말했다. 마트에서 산 특산물인 블루베리 젤리를 “할머니 맛.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당장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피식대학 측은 영상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미숙함으로 인해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주영은(25) 씨는 “서울 사람들이 지역에 방문해 이곳저곳을 좋지 않게 평가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은 지역 사람으로서 보기 역한 지역 혐오”라며 “이번 사태로 지역 차별이 사회 의제로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출연진의 지역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출연진의 지역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콘텐츠 속 지역 비하, 막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공식 유튜브 영상에는 “너네 촌스럽게 건물들 좀 그만 쳐다봐. 완전 시골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이거든?”이라는 발언이 담겨 비판받았다.

문제가 된 말들엔 지역을 낙후된 곳으로 보는 수도권 중심주의적 시각이 담겨 있다. 지역에 시골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열광하며 은연중에 중심부와 주변부를 구분하는 것이다. 지역은 근대적이고 바람직한 도시 생활에 대비되어 전근대적이고 낙후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역이 누군가에게는 현재 정주 공간이자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사실은 축소된다.

인기 걸그룹 ‘에스파’ 멤버 윈터가 완벽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쇼츠 영상은 조회수 1448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처 인기 걸그룹 ‘에스파’ 멤버 윈터가 완벽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쇼츠 영상은 조회수 1448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처

지역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이 사투리는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지역별 사투리를 심층 탐구하는 콘텐츠들이 사랑받고 있다. 웃자고 지어낸 엉터리 사투리까지 인기를 끌 정도다.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는 이들에겐 환호가 쏟아진다. 인기 걸그룹 ‘에스파’ 멤버 윈터가 완벽한 부산 사투리로 “진짜 부산 사람은 김민‘정’ 발음을 잘 못해요. 김민‘졍’. 이래 얘기합니더”라고 말하는 1분짜리 쇼츠 영상은 조회수 1448만 회를 기록했다.

지역성에 열광하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서울과 지역 간 심리적·문화적 거리가 멀어진 탓으로 분석된다. 한동대 주재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문화권 사이 우열을 가리고 다른 문화권을 타자화하는 오리엔탈리즘이 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로 한 국가 안에서 발생하는 ‘내부 오리엔탈리즘’ 현상이 일어났다”며 “문제가 된 지역 비하 외에도 조폭들은 사투리를 쓰고 검사, 법조인은 표준어를 쓰는 등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다는 지역을 바로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진시원 교수는 “수도권에서 바라본 일면이 그 지역의 전부는 아니다”며 “지역의 다양한 모습이 곧 대한민국의 모습임을 인지하고 균형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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