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금지’ 한국서 고래고기를 파는 이유는?…혼획만 유통 허용 불구 불법포획 여전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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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까지 5년간 혼획된 고래 7000마리 이상
한국, IWC 가입국 중 혼획된 고래 수치 높아
불법포획 3년이하 징역 300만원 이하 벌금
작년 상업적 의도 불법포경 조직책 적발 사례도
수산경제연구원, 고래고기 유통의 진실 소개

강릉 주문진 해상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강릉 주문진 해상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적 목적으로 고래를 포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고래고기가 유통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5월 3주차로 발행한 ‘수산경제리포트’에서 <‘포획금지’ 한국에서 고래고기를 파는 이유>를 다뤘다.

이에 따르면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고래 자원을 보존시키자는 취지로 국제협약을 통해 상업 포경을 금

지했다.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한 우리나라 또한 고래 포획 금지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고래 포획을 전면 금지했다. 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혼획(어업 활동 중 우연히 걸려 포획)된 고래의 위탁판매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국내 해안에 서식하는 고래류 총 35종 중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12종은 포획은 물론 혼획된 경우에도 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되고 있지만, 보호종이 아닌 낫돌고래‧밍크고래 등은 여전히 혼획되어 유통‧판매되고 있다.

해경으로부터 ‘고래류 처리확인서’를 발급받은 어업인은 수협 등을 통해 고래를 위탁판매할 수 있다. 죽은 밍크고래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수억원에 이르는 값에 거래돼 어업인들 사이에서는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해상운반선 어창에 부위별로 해체된 밍크고래가 적재돼 있다. 출처: 포항해경.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해상운반선 어창에 부위별로 해체된 밍크고래가 적재돼 있다. 출처: 포항해경.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해상운반선 어창에 부위별로 해체된 밍크고래가 적재돼 있다. 출처: 포항해경.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해상운반선 어창에 부위별로 해체된 밍크고래가 적재돼 있다. 출처: 포항해경.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문제는 혼획인지, 포획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합법과 불법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점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고래가 정말 우연히 그물에 걸린 것일까? 이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환경단체는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의도적으로 그물을 쳐 고래를 잡는 일도 있을 수 있다”며 의구심을 떨구지 못한다. 그물에 의해 질식한 고래는 해양경찰이 외관상 고의로 포획한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 이득을 위한 포획’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혼획된 고래는 7000마리 이상이다. 이는 다른 국제포경위원회 가입국이 혼획한 고래 수보다 훨씬 많은 수치라고 수산경제연구원은 꼬집었다.

감시망을 피해 상업적 의도를 가지고 작살 등으로 고래잡이를 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23년에는 불법으로 고래를 포획·유통·판매한 일당 55명이 포항해양경찰서에 검거되고 17마리 분량의 밍크고래 고기를 압수당했다. 이들은 포획선에서 잡은 고래를 해상에서 해체해 바다에 숨겼고, 운반선을 이용해 항구로 가져와 식당에 유통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고래잡이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고래 한 마리가 평생 약 33t(톤, 1t=1000kg)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데 비해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최대 22kg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데 그친다. 고래 한 마리를 보호하는 것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보다 온실가스 감축에 더 효과적인 셈이다. 고래는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정점에 위치해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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