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험 업계 1위 현대해상, 발달지연 실손 ‘부지급’ 꼼수 논란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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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vs 가입자 갈등…소송전 격화
지난해 지급액 957억 원…올해 1000억 넘을 듯
‘민간 자격자·의료자문’ 쟁점
현대해상 올해 실적도 악영향 불가피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 (사진=현대해상)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 (사진=현대해상)

아동 발달지연 치료 실손보험급 지급을 둘러싼 현대해상과 가입자 간 갈등이 올해도 격화되고 있다. 어린이보험 점유율 1위의 현대해상이 ‘민간자격자’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부지급(지급하지 않음)’하기로 하며 법정소송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현대해상이 해당 상품 판매에만 급급하고 보험금 지급을 피하려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데, 현대해상이 지난해 내준 관련 실손보험금만 전체의 70%에 달하는 만큼 소송 결과에 보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아동 발달지연 관련 보험금으로 지난해 총 957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704억 원) 대비 36% 급증한 규모로 DB손해보험(89억 원) 지급액의 약 11배에 달한다.

현대해상의 아동 발달지연 실손보험금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219억 원에서 △2021년 480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났고, 2022년에는 700억 원을 돌파, 2023년에는 10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에도 아동 발달지연 실손보험금으로 270억 원 규모를 지급했다. 이는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중 나머지 4곳 합산액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올해 지급액 총액은 1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막대한 아동 발달지연 실손보험금 지급으로 실적에 부담을 느낀 현대해상은 지난해 5월부터 ‘민간 자격자’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부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당 결정에 소비자들이 크게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해당 사태는 지난해에도 공론화 되며 현대해상 이성재 대표가 국감에 증인으로 한 번 채택된 바 있다.

현대해상과 소비자들의 시각차는 분명하다. 현대해상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는 민간자격자의 치료비는 실손보험금으로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민간 자격자의 치료를 이유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간자격은 놀이분석상담사를 비롯해 임상미술심리상담사·모래놀이상담사 등을 포함한다.

문제는 현대해상을 제외한 타 보험사들이 놀이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어린이보험 업계 1위인 현대해상이 보험금 지급에 따른 실적 악화를 우려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린이보험을 가장 많이 팔아 돈을 벌고도 책임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자문’도 쟁점이다. 현대해상이 어린이 발달지연 치료가 1년 이상 지속되면 의료자문을 획일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주치의 진단을 받은 경우까지 일률적인 잣대로 의료자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의료자문을 통해 발달지연이 아닌 장애 등으로 진단하고 보험금을 중단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5개 손해보험사의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 지급액. (자료=오기형 의원실) 5개 손해보험사의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 지급액. (자료=오기형 의원실)

한편 아동 발달지연 실손보험금 지급에 따른 현대해상의 실적 악화는 올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해상은 올해 1분기 관련 보험금으로만 269억 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체 업계 1위인 삼성화재(29억 원)와 비교해 10배 가까이 높은 수준으로 분기 기준으로는 최근 5년 이내 최대 규모다.

지난해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1% 감소한 80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동 발달지연 이슈 등에 따른 실손보험금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장기보험 보험 손익이 77.2% 감소한 영향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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