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농촌일손 부족한데” 계절근로자 허위 알선 브로커 구속
계절근로자 불법 브로커 검거 ‘첫 사례’
필리핀 근로자 모집 후 이면계약 진행
계약직 공무원 공모…급여 일부 가로채
농촌 계절근로자를 허위로 알선하고 급여 일부를 가로챈 브로커가 구속됐다. 계절근로자 관련 현지 불법 브로커가 실제로 검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필리핀 현지 브로커 한국인 50대 A 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 마산지청에 구속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필리핀에서 ‘미스터 김’으로 불린 A 씨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경남 거창군에서 계절근로자로 일할 필리핀 근로자 138명을 모집한 뒤 서류상 급여와 실제 급여가 다른 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당초 급여는 월 156만 원이었지만 A 씨가 계절근로자들에게 실제 지급한 금액은 월 82만 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또 농사일을 해 본 적 없는 필리핀인 79명을 계절근로자로 데려오기 위해 가짜 ‘농업 종사 확인서’를 만들게 한 후 비자를 신청하게 종용하기도 했다.
계절근로자들이 입국한 후에는 당시 거창군청에서 계절근로자 업무를 담당했던 계약직 공무원 50대 B 씨와 공모해 계절근로자 급여 관리 명목으로 급여 통장을 강제로 빼앗아 보관하기도 했다. A 씨는 B 씨와 함께 계절근로자 급여에서 매달 56만 원을 가로채 28만 원씩 나눠 가졌으며, 특히 가로챈 금액 8400만 원은 수사기관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배우자 명의 계좌로 빼돌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범행은 적은 임금에 불만을 품은 계절근로자 10여 명이 도주하면서 들통났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도주한 계절근로자를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면계약서가 파악됐고 거창군청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지난해 5월, B 씨를 창원지검 마산지청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허위 초청으로 입국한 필리핀 계절근로자 138명 가운데 8명을 적발해 강제퇴거 시켰으며, 이미 출국한 나머지 126명에 대해서는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현재 국내에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 15개 나라 계절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브로커의 허위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가짜 농업 종사 확인서 제출 알선 행위, 임금 착취, 국내 공무원 유착 등의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