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한재림 감독 “자본주의의 불평등, 공평하다는 착각”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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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리즈 도전, 인기 웹툰 원작
자본·권력 지배하는 사회 풍자
박정민 ‘코코더’ 연기도 큰 화제

한재림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한재림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는 한재림 감독의 많은 고민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영화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등 굵직한 작품을 낸 한 감독도 시리즈는 처음인 데다 작품 속 사회 풍자적 요소들을 알맞은 온도로 풀어내야 해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감독은 “작품에 자본주의 사회와 영화적 메타포(은유)를 함께 녹이려고 했다”며 “더 나은 계급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들에게서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을 봤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의문의 쇼에 참가한 여덟 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 감독이 인기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감독이 새로운 캐릭터와 구조를 입혀 영상화했다. 거주하는 방 층수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 시급과 이에 따라 나눠진 계급,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와 계급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감독은 자본과 권력에 따라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면면을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한 감독은 “기본적으로 블랙 코미디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 풍자나 해학, 조소와 자조적인 것들을 좋아한다”며 “일부러 찾는 건 아닌데 재미를 느끼고 마음 가는 작품들은 그런 요소를 갖고 있더라”고 했다. 감독은 “원작에 있는 이야기의 반전보다 순수하게 계급 이야기를 잘 풀어보고 싶었다”면서 “이와 함께 시청자에게 어느 정도의 재미를 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약자와 강자를 계급으로 나누되, 특정 인물을 선하거나 악하게만 그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들이 자본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이를 둘러싼 시스템을 보여주려고 했죠. 사실 이 시스템에선 공평하다는 것 자체가 가짜인데, 공평한 룰을 말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걸 말이에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작품을 보다 보면 캐릭터들을 영사기로 비추는 듯한 화면 연출이 눈에 띈다. 각 인물과 사건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등장해 작품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감독은 “필름으로 비추는 듯한 연출로 영화적 은유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장면으로 무성영화와 시네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후반부 1층 캐릭터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장면들 역시 이런 은유의 일환이라고 했다. 감독은 “1층은 제게 찰리 채플린 같은 존재”라며 “사라져가는 시네마와 필름에 갇혀버린 그의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본주의란 시스템에서 기억해야 할 존재들을 작품에 함께 녹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참가자들이 돈이 걸린 의문의 게임 혹은 쇼에 참가하는 이야기의 큰 틀이 앞서 나온 넷플릭스 ‘오징어게임’과 비슷하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 감독은 이런 우려에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더 에이트 쇼’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땐 ‘오징어 게임’이 안 나왔을 때”라며 “한창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때 ‘오징어 게임’이 공개돼서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오징어게임’은 장르적인 재미가 확실한 데 비해 ‘더 에이트 쇼’는 계급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고, 주최 측이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가 좀 더 작품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천우희, 류준열, 배성우 등 배우들의 연기 향연도 볼거리 중 하나에요. 화제가 된 박정민 씨의 코코더 연기도 볼 수 있고요. 실제 박정민 씨가 리코더를 코로 분 건 아니지만, 연주 연기를 완벽하게 준비해왔더라고요. 모두가 감탄한 코코더 연기를 직접 확인해보세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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