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이 바다에 왜? 부산 영도서 오토바이 등 98t 분량 쓰레기 건져 올려
부산해경, 28일 봉래동 물양장서 해양 쓰레기 인양
수산업·먹거리 악영향 주는 폐기물 문제 심각성 확인
“으아아. 저거 오토바이 아니가(아니야)? 완전 엽기적이다.”
28일 오전 11시께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간이부두). 이날 부산해양경찰서는 대형 크레인으로 봉래동 물양장에 가라앉은 해양 쓰레기를 건져 올렸다. 해수면에서 지름 1.5m가 넘는 대형 폐타이어 20개가량이 검은색 폐수를 흘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낡은 오토바이까지 딸려오자 이를 본 구경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산의 정체성인 바다가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막대한 양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시민 의식 변화와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이날 봉래동 물양장에서 ‘바다의 날 기념 수중·연안 정화와 해양 환경보존 캠페인’을 개최했다. 캠페인에는 부산시, 한국해양구조협회 등 19개 기관과 단체가 참여했다. 참여 인원은 모두 160여 명이었다.
이날 캠페인은 봉래동 물양장에 가라앉은 해양 쓰레기를 건져내는 일로 관심을 받았다. 잠수부가 바다 속에서 폐타이어를 밧줄로 묶으면 이를 대형 크레인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부산해경에 따르면, 이날에만 98t에 달하는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지만 여전히 수백t에 달하는 해양 쓰레기가 수중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에서 나온 폐타이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 쓰레기도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산지부 이용희 행정국장은 “지난주 3일 동안 잠수부가 폐타이어 100개가량을 모았다. 폐타이어 말고도 오토바이, 냉장고, 밥솥 등 다양한 쓰레기가 수면 아래에 있었다”며 “잠수부에 비해 해양 쓰레기가 너무 많은 탓에 일부만 건져냈다”고 말했다.
봉래동 물양장 같은 선박 집단 정박지는 해양 쓰레기 배출이 심각한 곳이다. 대부분 선박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체 곳곳에 폐타이어를 갑옷처럼 묶어 놓는데, 태풍 같은 강한 충격이나 노후화로 인해 폐타이어가 바다로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부산해경은 해양 쓰레기로 인한 오염이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조류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 플라스틱이 확산하는 데다, 선박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탱크에 바닷물 채우고 배출하는 과정에서 여러 지역의 오염 물질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결국 해양 쓰레기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 오염 물질이 수산업과 해양 먹거리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고 경고했다.
부산해양경찰서 해양오염방제과 관계자는 “폐타이어뿐만 아니라 폐어망은 선박 스크루에 감겨 들며 선박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며 “깨끗한 바다 환경을 위해 정부 기관과 시민의 갖은 노력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