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바이오필릭시티 부산
20세기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사랑한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자연을 통해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에 기반한 이론이 바이오필리아(Biophilia)다. 고대 그리스어인 생명(Bio)과 사랑(Philia)이 합해진 말로 ‘인간은 원래 생명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2011년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티모시 비틀리 교수가 이 개념을 도시계획에 접목했는데, 그게 바이오필릭시티(Biophilic City)다.
생태도시, 녹색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친화적 도시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바이오필릭시티는 단순히 도시에 공원을 많이 짓자는 게 아니다. 공원, 녹지(숲), 수변공간 등의 자연적 인프라를 도시 내에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을 제안한다.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도시 속에서 자연을 경험하고 자연과 연계해서 살아야 한다는 게 바이오필릭시티의 지향점이다.
도시 전문가들은 도시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사람들이 고립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지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비틀리 교수는 인간이 자연과 가까이 있을 때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바이오필릭시티가 도시화로 인해 생겨나는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필릭시티 명성을 갖고 있는 도시로는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도시계획에는 바이오필리아가 잘 반영돼 있고, 수직 정원, 녹지, 수변공간, 공원 같은 자연 요소들이 도심 속 공간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는 주얼창이공항, 도심 속 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에서 잘 느껴진다.
부산시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 연합인 바이오필릭시티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이 네트워크는 바이오필릭시티를 지향하는 세계 도시 연합이다. 부산을 포함해 14개국 32개 도시가 참여한다. 시는 향후 맥도의 그린시티 등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데 바이오필릭시티 개념을 접목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부산은 도시 내에 강, 하천이 있고 산지율도 높다. 바이오필릭시티가 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췄단 얘기다. 하지만 도심과 자연은 서로 연계되지 못하고 분절돼 있다. 사람의 일상 공간과 자연과의 유기적인 연결성도 낮다. 부산시는 이번 네트워크 가입을 계기로 도시계획을 촘촘히 마련해 도심과 자연과의 연결성이 확대된 도시로 한발 더 나아갔으면 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