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뜻 무시한 ‘채상병특검법’ 부결, 후폭풍 불가피
21대 국회 막판 재표결 결국 최종 폐기
극단적 대결 정치 예고, 국정 파행 위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되돌아온 ‘채상병특검법’이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붙여진 끝에 결국 부결됐다. 이날 재적의원 296명 가운데 294명이 출석해 이 중 179명이 찬성함으로써 가결 기준인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로써 그동안 특검법 통과를 바랐던 국민들의 염원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치 쟁점 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의 명확한 규명이다. 이번 특검법 부결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실망스러운 행태를 다시금 증명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국민의힘은 이 법안의 가결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에서는 이미 5명이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의지를 밝힌 터였으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여기에는 상반된 의미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가 유족을 위로하지 못했고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반성이 여당 안에서도 소수나마 분출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민심보다는 당론에 급급해 집단적 이탈 표 단속에 나선 비뚤어진 리더십에서 집권여당의 한계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탈 표가 법안 가결 여부를 결정짓는 ‘한방’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테다.
이제 향후 정국은 더 깊은 극단적 갈등과 충돌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게 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채상병특검범을 ‘김 여사 특검법’과 함께 22대 국회에서 당장 재발의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상황이다. 야권은 여당의 내부 분열을 유발해 정치적 우위를 점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는 또다시 6월부터 ‘싸움하는’ 국회로 출발할 공산이 크다. 21대 국회의 후유증이 22대 국회로 고스란히 옮겨가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21대 국회는 거대 양당의 지속적인 충돌 속에서 임기 끝까지 ‘역대 최악’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22대 국회가 타협과 양보는커녕 이보다 더한 부끄러운 성적을 내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채상병 특검은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할 정쟁 이슈가 아니라 수사 외압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는 민심의 명령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검법 부결은 ‘대통령 방탄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총선 이후에도 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대단히 위험하다. 협치의 정신을 외면하고 국정기조 전환을 거부했다는 비판이 한층 고조될 것이고, 이후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국정운영의 첨예한 시험대 위에 올려졌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면 어떤 후폭풍이 몰려올지, 어떤 극단적 상황까지 가게 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