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현의 남북 MZ] DMZ, 그리고 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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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대 교양학부 교수(통일학·경영학)

남북 군인 적이자 민족 이율배반 상황
핵전쟁 위험 동반 지정학적 화약고
갈등 격화 한반도 평화 한동안 요원
증오 극복하고 자유·도전의 세대 되길

‘신인류’라고 불리던 MZ세대가 DMZ(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이 나라의 국방을 지켜온 지도 20년이 되어 간다. 앞으로도 이들의 역할이 상당 기간 지속해야 함을 생각하면 기성세대와의 구별 짓기나 평가절하는 무의미해 보인다. 지금 한국군에서는 MZ세대 장병들이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사회에서는 전체 인구의 34%, 핵심 경제활동인구 내 비중은 60%를 넘어선 주력 세대가 되었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난 이후 성장한 북한판 MZ세대(장마당 세대)가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30%에 달하고 북한군은 장마당 세대가 주축이다. 두 사회에서 미래의 중추로 부상한 남북 MZ세대는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닮아 있다. 그러나 DMZ가 존재하는 한 두 체제의 MZ가 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M세대에 속하는 필자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을 경험했는데 고난의 행군이란 1990년 중후반 최대 300여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제난을 말한다. 분단만 아니면 최악의 경제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란 당국의 말을 믿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DMZ에 지원했다. 군에 입대하는 우리에게 ‘저주받은 세대’라는 안쓰러운 수군거림이 전해졌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군병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자 사병 군복무가 10년에서 13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상 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대하면 30세까지 13년 동안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 간혹 학교를 일찍 입학한 탓에 16세에 군에 입대한 친구들은 14년을 복무해야 했다. 휴가도 외박도 월급도 없다.

DMZ에서 남쪽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몰래 본 적이 있었는데 잘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했다. 남북의 대치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했고 한국의 군복무가 2년만 하면 된다는 사실도 알았는데 그 후 국군은 1년 6개월로 북한군은 13년에서 10년으로 각각 단축됐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남북의 군인들은 같은 민족이기 전에 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영화에서처럼 날아오는 총탄을 피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현재 한국에서 군복무 중인 세대는 Z세대다. MZ세대를 뭉뚱그려서 규정하지만 사실 M세대와 Z세대는 공통점 외에도 차이도 크다. 통상 M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 겪은 세대이지만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경험한 세대이다. 2022년에 개봉한 영화 ‘육사오(6/45)’는 DMZ의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57억 원 로또 용지를 둘러싼 남북 군인 간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이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남쪽의 군인이나 한류에 빠져든 북측의 군인 모두 배금주의와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부에서조차 영화 ‘육사오’를 통해 정부의 통일교육안을 제작할 정도였는데 불과 2년 전만 해도 남북의 군인들은 적이면서도 민족인 이율배반적 위치에 서 있었다.

새해 벽두 북한은 남북 관계를 민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로 못 박고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런 와중에 세계는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충돌, 중국의 대만 침공설 등 도처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고 한반도 또한 핵전쟁 위험을 동반한 지정학적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MZ세대에 속하는 김정은이 전쟁의 참혹함과 이산의 아픔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과반을 웃돌고 있음을 생각할 때 DMZ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의 평화는 한동안 요원할 것이다. 그리고 남북 모두 17세가 되면 자동으로 입대 대상자로 분류되어 적으로 마주해야만 하는 민족 대결 구조는 Z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도 피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설상가상 저출생으로 군병력이 고갈되어 해결책으로 ‘시니어 아미’(50~70대 남성 재입대)나 여성 징병제도 아름아름 제기되고 있다. 끝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민족 분단이 만든 특수한 자화상이다.

학기 중에는 늘 그렇듯 반가운 얼굴과 찾아도 보이지 않는 얼굴이 교차한다. 반가운 얼굴은 군복무를 끝내고 복학한 친구들이고 보이지 않는 얼굴은 군복무를 위해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다. 전쟁과 분단을 강의하고 있어도 이 기형적인 상황에서 대안도 없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까 봐 늘 노심초사이다. 그럼에도 소망과는 괴리된 이념적 DMZ를 실용과 경험의 시선으로 마주해 본 MZ세대가 증오의 시대를 극복할 자유와 도전의 시간에 성큼 다가섰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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